제 피붙이인지도 모르고 죽음에 이르게 한
죗값은 오직 처절한 죽음으로써만
갚을 수 있으리라. 남의 눈을 찌르려 했던
손으로 제 눈을 찌르고 마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비극이자 불행.
.
철철 넘쳐흐르는 물로 카네이션을
피워낸 위골랭. 초록빛 들판 속에
피어난 붉은 카네이션이 그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아름다워서 더
서러운 꼴을 당할 것만 위기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에서 당연한 거겠지?
.
자신을 원수로 여기는 마농을 사랑하게 된
위골랭의 비극 또한 안타깝다고 하기보다는
죗값을 치르라는 하늘의 뜻으로 여겨진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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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행의 뚜껑까지 열려야
끝이 나는 비극의 대서사시.
죽음에 또 죽음을 부르는 충격적인 진실,
운명의 장난.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이 처연하리만큼 잘 어울린다.
슬픔에 못 이겨 고개를 떨구고 만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