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물질적인 것 외에 가치의 폐허이기도 하다. 싸움을 지속하는 무뢰한들에게 대의는 삶에 복속된 다른 가치들을 무력화시키고 상대에게 끝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명분을 가져다주니까. 공습 지점, 카메라가 하늘을 비춘다. 연쇄적인 폭발들이 일으키는 거대한 먼지가 프레임 안에서 뭉게구름처럼 보여진다. 때로 자연의 형상은 무뢰한이 대의를 도피처로 여기는 것처럼 지상의 모든 것들을 시시하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 그러나 구름은 지상의 모든 것을 덮지 못하고, 하늘의 반대편서 자연은 다른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거센 바람 아래서도 무언가는 아무렇지않게 생존하듯이. 피해자이면서 전사이고 동시에 구원자로. victim과 victory. vic의 어원은 live로 동일하다고. 공습의 먼지가 가라앉고 귀에 이명이 사라졌을 때 한 여인이 일어섰다. 한 팔엔 되찾은 아들을, 다른 손엔 장총이 쥐어진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