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Dying
Avg 3.5
탄생과 죽음의 사이에서 무한히 반복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을 통해 삶에 대해 진중한 질문과 깊은 고민을 가족, 사랑, 음악, 술을 타고 장대하게 펼쳐집니다. 다섯 개의 장과 하나의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기 다른 가족의 모습을 하나하나 깊게 보여주면서 그것을 죽음으로 엮는데, 세 시간의 긴 시간 동안 각기 다른 구성원이 각자의 삶을 마치 치러 내듯 살아가는 도중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을 곁에서 같이 지켜보고 있으면,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생을 그대로 체험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모든 사람의 마지막일 수밖에 없을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고,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혹은 바로 앞에서 맞닥뜨린 죽음의 그림자를 관객이 하나하나 직접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죽음에 가까워진 타인에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지와 관객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영화 속에서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데, 이 영화 속에서 나오는 죽음에 관한 에피소드는 극적인 장면도 있지만 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탄생과 죽음을 그 옆에서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관객의 선택까지 끌어냅니다. 특히 영화가 던지는 선택지 중에 타인의 죽음을 보고 있는 자가 하는 선택과 그에 대한 질문에 관하여 회피하지 않고, 탄생과 삶과 죽음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식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하는 삶을 살면서, 과연 그 마지막에 갔을 죽음 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사유가 영화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는 다른 세대의 인물을 각 부의 주인공으로 삼고 이야기를 엮는다는 점에서 무척 뭉클한 지점이 있는데, 탄생의 순간과 죽음의 순간이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교차할 때의 그 묘한 긴장감과 보는 내내 자신의 삶에 영화를 대입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긴 여운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가족에 관한 훌륭한 영화기도 하면서, 예술에 대한 흥미로운 영화기도 했습니다. 음악을 삶에 엮는 연출이 무척 훌륭한데, 영화에 등장하는 세 번의 연주 장면은 제겐, 첫 발자국을 내딛는 첫 번째 연주 연습 장면은 마치 삶의 시작인 탄생처럼 보이고, 완벽하게 준비해 시작했지만 돌발적인 요소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하는 두 번째 연주 장면은 제겐 살아가는 과정이 모든 변수의 집합이란 점에 삶 자체로 느껴지고, 고통이 그대로 집약되어 있으면서 불필요하답시고 빼고 덜며 만들어 낸 마지막 연주는 곡의 이름처럼 죽음을 닮아 있는 것처럼 제겐 느껴집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제겐 예술가에 대한 좋은 영화기도 하지만, 삶과 예술을 치환하는 숱한 영화 중에서도 구상과 진행에 있어서 월등히 훌륭한 지점을 남긴 작품이였습니다. 처음 볼 때부터 인상적이지만 영화를 죽 따라가면서 끝났을 때 더욱 깊게 다가 올, 본격적인 이야기 앞에 붙어 있는 프롤로그 격의 짧은 영상이 제겐 유독 감명깊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쿠키영상처럼 들어간 것도 아니고 영화가 시작 전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나, 영화가 스스로 그 말을 전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아이의 입을 통해서 그런 말을 전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내용 자체도 그렇습니다만 감독 자체가 영화라는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그대로 들어간 듯합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도 무척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영화를 보는 이들, 이자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영화 앞과 맨 마지막에 자막으로 붙어있다는 점에 진심에 때를 묻히지 않으려는 인상으로 느껴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