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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문학전2017 6 @스페셜톡> Arbeit Macht Frei.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 . 굉장히 신선하면서 무진장 불친절한 영화. 수용소를 입장하면서부터 퇴장할 때까지의 방문객들을 장소별로 그저 비추고 있고, 간간히 들리는 가이드들의 설명에 의존할 뿐 그 어떤 설명도 해 주지 않는다. . 심지어 흑백화면에 오른쪽 세로 자막. .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할 때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지루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대부분은 불호일 것 같은 느낌. (문학전 기간이 아니면 평생 볼 수 없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역시나 개봉은 힘들어 보인다.) . 수용소를 방문하게 되면 뭔가 숙연해지고 경건한 마음같은 것을 가져야할 것 같지만 막상 그들을 보니 그런 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이러니함. 근데 과연 나도 그들과 다를 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 다만 중간에 시체를 태우던 소각로 앞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 찍던 여자와 고문당할 때 매달던 모습으로 사진 찍던 남자의 모습은 섬뜩하기도 했고 심란한 마음도 들었다. . 삼성 로고가 써있는 가방을 맨 남자. 음식에 달려드는 벌레를 쫒던 남자. 뭔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읽던 여자.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 모두 나왔던 여자. 그리고 다양한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던 많은 사람들. . 인상적이었던, 조금 신기한 모양의 오디오가이드(로 추정됨). - 감독 자신도 수용소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상반된 감정들이랄지, 자신 또한 일반 방문객들과 다르지 않음에 그런 시선들, 역사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고 싶었다고. 그래서인지 건조하고 아무런 감정이 묻어있지 않다. . 일부러 노출이 불가피한 여름을 택한 거 같다. 빵 한 조각과 멀건 국만을 제공받던 당시의 말라비틀어진 유대인들에 비해 현대의 우리는 너무 잘먹어 피둥피둥한, 너무도 건강하고 튼튼한 모습이 그래서 더 강렬하게 대조되는 것 같다. . 제발트의 아우슈터리츠인 줄 알았다고 (응?)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고 (응??) 특히 영화관에서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며 (관크 때문에) CGV 관계자들을 여러 번 철렁하게 했을 배수아 소설가ㅋㅋㅋ . 허남웅 평론가와의 조합이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두 분 다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나름 이것저것 많이 알아오신 듯. 다만 끝날 때까지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조금 의외긴 했는데 영화 특성상 질문하기가 애매하기도 했고, 두 분이 충분히 감상이나 이야기를 잘 해주셔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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