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에 둔 상반된 이미지가 있다.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문명의 근심이란 짐을 지닌 남녀는 죽음의 이미지와 맞닿인 후 재결합 해야'만' 했다. 반대 편에 선 나루세의 〈흐트러진 구름〉에서 두 남녀는 어긋난 파토스가 억지로 그어진 선으로 연결지어진 후, 죽음의 이미지와 만날 때 함께 할 수 없다. 가렐은 문명의 사유와 개인의 사유, 반대된 것으로만 보였던 테제의 화해를 〈여인의 그림자〉에서 이뤄낸다. 이 영화는 '개인의 단위'에서 오래된 남녀 욕망의 불평등한 역사를 사유하는 영화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렐의 남자는 '걷는' 행위에 매혹되어 외도하는데, 부인이 외도함을 알게 되자 화를 내며 시선이 맞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인정하다 시피 바로 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을 애써 피한다. 헤어진 둘은 떨어진 공간에서 프레임 내 시선의 화해를 겪고 (이때 여자의 쪽에서 섹스의 소리가 들림은 절대 우연이 아닐 것!)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가짜-레지스탕스 노인의 역사와 남성-욕망의 역사가 포개지며 남자는 장례식에서 죽음을 응시한다. 떨어진 시선의 화해와 자신의 편집으로 다큐멘터리를 '살릴' 수 있다한 여인의 대사를 통해 예고되었던 화해 또한 가렐 다운 '걸음걸이'의 매혹으로 이뤄진다. 죽음/역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쓰길 바라는 가렐의 제스처는 올해 극장에서 목격한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