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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독자를 위로하려 드는 에세이 책은 읽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근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이 너무 강렬하게 맘을 파고들어서 대강 내용을 훑고 대뜸 사버린 뒤 세 시간만에 다 읽었다. 이전의 나는 성인ADHD라고 하면 되게 정신사납고 집중 못하는 그런 정신질환인 줄 알았는데, 알 수 없는 무력감과 공허함, 우울함을 느끼는 것도 그에 대한 증상이라고 한다. (눈치를 엄청 보는데도 눈치가 없다는 것도 성인ADHD 증상 중 하나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앓고 있고, 심지어 그 중에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으며 보통은 약물 치료를 받는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우울 장애와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고 있는 저자가 그 질환에 대해 받은 진료 상담 기록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 가는 지점이 많았는데, 실제로 내가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듯 불안감과 우울함이 해소되고 안정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죄다 힐링(...) 감성 에세이인 걸 보면 현대인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을래야 높아질 수 없는 구조를 가진 한국 사회 그 속에서 또 여성은 자존감이 높아야 미덕임을 종용당하(는 걸로 느껴지)고 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나는 충분히 예쁘고 훌륭하다"가 아니라 "안 훌륭하면 어때? 예쁘든 못나든 상관없어"에 가까운 태도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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