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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건너 온 감옥 배경 블랙 코미디입니다. 수잔 비에르나 토머스 빈터베르그, 라스 폰 트리에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에 애시당초 스칸디나비아권 작품이 상영될 일이 많지 않기에 감독은 물론 배우도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감독은 2011년부터 덴마크에서 장편으로 데뷔했고, 제작사는 잉마르 베리만이 초창기에 활동했던 SF Productions 더군요.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이했다 합니다. 작품 자체는 비교적 소품입니다.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공간은 교도소를 벗어나지 않고, 등장하는 배우들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교도소가 배경인 영화치고는 물리적인 폭력 장면도 별로 없고, 그나마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죠. 하지만 영화는 그러기에 ‘자본의 폭력’이 얼마나 세련되면서 잔혹한지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한때는 주목받는 젊은 사업가였지만 금융 스캔들에 휘말려 사기 혐의로 수감되어 있습니다. 자서전은 물론 수많은 매체에 입을 털어서 모두가 주인공을 알고 있고, 하필 같은 감옥에 주인공의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피해서 자발적 독방이 있는 수감동으로 옮기지만, 하필 그곳은 성범죄자들이 많아서 매우 껄끄럽습니다. 물론 한국의 감옥과는 비교할 수 없죠.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고 수감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한국과 달리, 작중 덴마크 감옥의 모습은 기본이 1인실에 사복도 입을 수 있으며 큰 사고만 안치면 교도관이 폭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 물론 죄수들에게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됩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권이 보장되니, 과연 아무런 문제도 안 일어날까요. 영화는 한국보단 상대적으로 큰 폭의 인권이 보장되지만, 결국 자본이나 사회적 위계에서 자유롭지 않는 체제의 한계를 포착합니다. 직접적으로 괴롭힐 수는 없어도, 일단 유명하고 알려진 인물이기에 다른 죄수들보다 운신의 폭이 큽니다. 영화는 주인공이 감옥에서 자산의 이권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음모를 쓰는 장면을 보여주며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조망합니다. 물론 경제사범에게 쉽게 집행유예나 보석을 남발하는 한국과 달리, 최소한 작중에서는 주어진 형기는 모두 채워야 하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벌이는 수작이 가능한 기반을 생각하면, 아무리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도 자본은 강대한 위력을 발휘하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격차가 발생함을 영화는 코믹하면서도 차갑게 전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템포가 느리지만, 영화는 주인공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찬찬히 짚고 여기에 덴마크 사회의 모순을 직조합니다. 분명 소품이지만, 작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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