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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라울 월시의 영화 속에서 말을 타거나 문이 열리는 장면들을 모은 몽타주, 그러한 작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 결론. 영화의 두번재 챕터는 감독 니콜라스 수케르펠드가 아는 어느 영화과 교수가 강의 중 "말을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36가지 방법은 없다"라는 라울 월시의 말을 인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수는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용구가 정확한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던 그는 라울 월시가 어디서 그 말을 했는지 찾기 시작한다. 그가 발견한 것은 "방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라울 월시의 말이다. 교수는 자신이 기억하는 인용구가 어떻게 변형되어 왔는가를 추적하기 위해 문헌을 뒤지고 주변의 영화평론가, 교수, 영화연구가,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한다. 영화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용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교수의 열정에 화답하여 준다. 교수는 자신이 그 인용문을 처음 접한, [그리피스의 연속성]을 쓴 평론가에게 답장을 받는다. 그 또한 인용구의 본래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그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해답을 추신으로 덧붙인다. 인용구를 파악하기 위해 문헌을 뒤지고 연락을 돌리는 대신 영화 속에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 영화는 라울 월시가 말한 "방에 들어오는 것을 찍는 방식은 단 하나밖에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찍는 것이다."라는 말을 고스란히 보여주려는 듯, 디지털 파일로 구할 수 있는 라울 월시의 모든 영화 속 말을 타는 장면, 말에서 내리는 장면, 문을 열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을 첫 챕터에 모아 보여준다. 이미 해답을 구한 채 추리과정을 보여주는 이 이상한 탐정영화는, 라울 월시라는 거장이 영화를 찍는 방식에 대한 아주 독특한 강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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