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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뮈가 우리나이로 스물 서너살 때 쓴 에세이를 모아 펴낸 책. 훗날 카뮈가 일궈내는 문학적 분위기나 삶을 바라보는 방식들의 맹아가 담겨있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미문이다. 어린 나이에 이리 탁월한 글을 써내다니, 부러운 재능일 따름이다. 밑줄 친 구절들을 정리해 둔다. .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이 많이 있지만, 아무도 문제삼으려 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후의 불공평이다. . 그때 나는 하나의 진리를 배웠는데, 그 진리는 안락이나 안정의 기미가 보이기만 하면 그것을 고소와 불쾌감, 때로는 분노로써 맞이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 가장 풍성한 호화로움이 나에게는 언제나 일종의 헐벗음과 일치하곤 했다. . 물론 작가에게도 삶의 보람으로 삼는 기쁨들이 있어서 그 기쁨만으로 그는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나의 경우 그러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착상이 떠오를 때, 주제가 나타나는 순간, 갑자기 눈을 뜬 감수성 앞에서 작품의 마디마디가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 상상력이 지성과 완전히 융합되는 저 감미로운 순간이다. 그러한 순간들은 홀연히 나타났다가는 또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 뒤에 남는 것은 작품의 제작, 다시 말해서 오랜 고역이다. . 다른 사람들은 벌써 길에 나섰다. 떨칠 수 없는 후회가 젊은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는 눈을 들어 불이 비치는 창문을 쳐다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에 뚫려 있는 커다란 죽은 눈. 눈이 감겨버렸다. 병든 노파의 딸이 젊은이에게 말했다. "어머닌 혼자 계실 때면 늘 불을 끄세요. 어둠 속에 있기를 좋아하시는 거예요." . 늙으면 기막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적막과 고독 속에 버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머지않아 죽게 될 노인은 쓸모가 없으며 귀찮고 흉측스럽기까지 하다. 어서 가버리기나 하지. 그러지 못하겠거든 입다물로 가만있기라도 해 주었으면... 그만한 예의는 알아차려야지. 그런데 그는 입다물고 가만있으면 자기가 늙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일어서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눈이 마주친 것은 냉담한 얼굴이거나, 그에게는 참견할 권리가 없는, 즐거움을 참지 못하는 얼굴들뿐이었다. . 가난 속에는 어떤 고독이 있다.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고독이다. . "사실인즉 너는 더 높은 그 무엇을 믿고 있다." 하고 내가 말한다. "사실인즉 나는 믿으려고 애를 쓴다."하고 그가 말한다. 그런 다음에 광인은 덧붙인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않기 위하여 찾는다는 것. 항상. 찾기를 그만두기엔 너는 너무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그런데 말이지, 우리는 적어도 뭔가를 찾게 되고 말거야." "뭣을?" 내가 말한다. "권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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