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글쓰는 것을 업으로 삼기로 다짐했다. 어린 나이에 하나하나 모은 작고 큰 상패들이 내 수줍은 오만에 불을 지폈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반 이상은 빈' 가벼운 칭찬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중학생 때 한 친구에게 나는 이문열이나 김승옥같은 작가가 되겠다고 고백했다. 부족하지만 수많은 단편들을 써왔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꿈을 키웠다. 한 친구는 나를 비웃었지만 보다 많은 친구들은 응원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갈 나이에 접어들자 나는 문창과를 지원할 용기를 잃어버렸다. 타협으로 사회과학을 전공으로 삼으며, 존 그리샴이나 스티븐 킹 같은 작가를 롤모델로 삼았다. 박민규나 천명관의 책을 보며 소름돋았고 각종 인문서를 탐독하며 부끄러웠다. 토마 피케티나 칼 포퍼, 얼마 전엔 뒤늦게 안 지젝의 책을 읽으며 놀라기도 했다. - 오래전 우연히 읽게 된 장강명의 한 글귀에서 나는 쉽사리 작가가 될 수 없음과 동시에 어쩌면 영원히 책 한 권 내지 못할거라는 가위에 눌려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계속쓰다보면 끝까지 쓸 수 있으며 계속 쓰면 점점 나아진다.'는 당연한 격려에 위로받고 말았다.
62 likes6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