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 내가 먹고 싶은 것만 해 먹고, 그동안 일하느라 못 봤던 텔레비전도 실컷 보며 천천히 천천히 사는게 나쁘지 않았다. 젊어서 일할 때는, 집에서는 뭐 하면 서 일하면서 조느냐, 험한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면서 살았다 아침에는 직장에 늦을까 봐 달리고, 밤에 일 끝나면 식구들 밥 굶을까 달럈다. 직장에서는 왜 이렇게 굼떠, 빨리요 빨리! 소리가 귀에서 떠난 적이 없고, 집에서는 엄마! 엄마! 여보! 여보! 부르는 소리가 떠난 적이 없었다. 고단했다. 징글징글맞게 고단했었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해 먹은 음식이 언제 있었나. 그렇게 한갓지게 사는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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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을텐데 무조건 괜찮다 하면 안돼지" 그동안 중일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괜찮아,였다. 뭐가요, 뭐가 괜칞은 건데요. 네,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그 미친 제 모습이 어떻게 괜찮겠어요. 나는 내가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