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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에서 재판 장면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상자 선택의 이야기에서 이방인을 교묘하게 차별하고 불공정한 게임을 진행했던 포샤는 법정에서 또 다시 이방인을 차별하면서 교묘하게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한다. 실정법의 범주에서 계약은 계약서상의 문구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다. ‘1파운드의 살’ 외에 계약서에 따로 명시된 사항은 없지만 그것에 동반하는 ‘피’도 함께 가져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포샤의 판결은 인육 계약이 내포하고 있는 안의 내용은 보지 못하고 밖의 자구만을 확대 해석한 경우이다. 포샤를 위시한 기독교인들은 거듭 ‘자비’를 설파하면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의 사악한 이미지와 자신들의 관대한 이미지를 대비시킨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과 자비는 그들의 형제 기독교인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을 뿐 타자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재판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기독교인의 승리가 아니다. 그는 ‘기독교인의 승리’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기독교인의 위선’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기독교인들은 고상한 말로 자신들의 위선을 은폐하고 있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이다. 즉 그들은 상자 이야기가 함의하고 있는 외양과 실재의 괴리라는 주제를 구현하고 있는 인물들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벨몬트는 조화와 음악이 있고 남녀 간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낭만적인 세계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남녀의 사랑이 중심을 이루는 벨몬트와 인육 계약이 중심을 이루는 베니스 사회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녀의 사랑은 또 다른 계약 관계를 명시하며 베니스의 상업 사회와 마찬가지로 물질적인 고려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양과 실재의 괴리를 파악하고 있는 현명한 주인공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든 모험의 대가로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고, 그 아름다운 여인은 법이라는 제도를 슬기롭게 이용하여 유대인을 물리치고, 또한 그 유대인에게 기독교인의 자비를 베푼다는 것이 표층에 드러난 플롯의 구조라면, 외양의 모습에 속지 말라는 경구를 되새기는 주인공과 자비를 역설하는 인물들이 사실은 그와 반대가 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심층에 숨어 있는 구조가 될 것이다. " https://naver.me/GY2GvkWa 지식백과 고전해설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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