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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흔히 알고 있는 "가룟유다의 딜레마"를 아예 예수가 유다를 따로 불러 네가 배신하는 게 네 일을 하는 거라고 토닥여주는 픽션을 삽입하여 더 공고한 명제로 만들어 냈고, 거기에 박쥐 그림을 통해 현현하는 신적인 존재가 인간을 부추겨 각종 인류사 타임라인 속 거대 사건을 일으켰다는 설정이 그럴싸했다. 하지만 중반부 쯤 되어 박쥐가 "이젠 나도 모르겠다."라고 선언한 게 마치 작가의 목소리처럼 느껴질 만큼 급격히 밸런스가 무너지더니 어느 순간부턴 초반에 작품이 좇던 방향성이 완전히 뒤틀려 망가져버렸다. 역시 이 작가는 욕심이 과하다. 911 테러 즈음에는 거의 끔찍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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