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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 누나를 만나기 위해 피츠버그에서 뉴욕까지 온 폴은 결국 누나를 만나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건달들에게 폭행당하던 폴을 구해준 리는 그를 자신이 운영진으로 있는 노숙자 쉼터에 데려간다. 폴은 리와 함께 퇴거명령을 집행하는, 일종의 용역깡패와 같은 일을 반강제로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같은 쉼터에 있던 티제이를 몰래 따라가다가, 우연히 퀴어들이 보깅 댄스를 경연하는 볼룸에 오게 된다. 퀴어가 아닌 그는 이내 그곳에서 쫒겨나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와이와 대화를 나누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폴은 와이가 트랜스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의 관계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지만, 영화가 다루는 '진실'과 '거짓'은 와이의 성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폴은 호모포빅하며 비백인 이민자들을 내쫓는 일을 하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지만, 와이에게는 이 사실을 숨긴다. 동시에 쉼터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퀴어들과 어울린다는 사실도 말하지 못한다. 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영화는 자신의 성적지향, 성정체성을 '클로짓'으로 남겨둔 모든 이들이 경험했을 이야기이다. 우리는 왜 자신의 정체성을 남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까? 혐오는 왜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으로만 상대를 판단하는 것에서 시작할까? 무엇인가를 숨길 수밖에 없는 혐오사회에서 우리는 누구와 진실을 나눌 것인가? <진실과 거짓 사이>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하는 작품이며, 그 안에서도 유머와 역동감을 잃지 않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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