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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프
star5.0
우리는 만난 적도 없는데 헤어지기 바쁩니다 이름 불러 준 적 있는데도 생각나는 게 향기뿐인 사람처럼 선생님, 십 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에게. 이름보다 먼저 도착한 엽서를 샀습니다 벌거벗은 소년이 피리를 부는 삽화가 그려진…… 선생님, 요즘 건강은 어떠신가요? 교차로엔 움직이지 않는 차들이 많습니다    죄송하지만 십 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사람의 뼈를 붙잡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밤 기분은요 탁자에 걸터앉아 모질게 의자를 바라보았어요 선생님이 편하신 곳에서 봬요    같은 커피를 마시고 다른 카페인으로 뒤척이는 카페에 들어가 계신다면……  창가에서 선생님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전쟁을 상상했어요 죽는 것이 사는 방법이라는 말, 창문 하나에 역설적인 온도에는 누가 관여하나요? 어디에도 없는 실내는 오로지 사람일까요?    질문이 많아 죄송합니다  선생님을 오래 기다리게 만들어서…… 면목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겐 머플러를 선물하고 싶어요 목젖을 녹일 수 있을 만큼 따뜻한…… 그러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거죠 체온은 상납하기 쉬운 마음이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선생님은 아시죠?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잖아요 모르는 걸 모를 뿐이라고,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거의 도착했습니다 방금 첫눈을 맞았어요  꽃다발을 사려고 했는데 마카롱을 삽니다    선생님은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뵙자고 했습니다 감당이 안 되는 난파선에서 물 대신 불을 생각하던 날엔, 가여운 밤을 출렁이며 보냈어요    이제 저 멀리 선생님이 보여요 아주 흐릿하게  첫눈을 맞고 있는 선생님이 그곳에 서 계셔서    다행히도……라고 운을 떼는 말들로 포장한 불행을 지피며 벽난로에 겨울을 욱여넣고, 십 분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꽁꽁 언 마카롱을 녹이기 위해 얼마나 달콤한 말들을 해야 할지    아직도 연인들이 발생하는 골목이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목도리를 둘러 주며  사랑하는 사람을 바깥이라 생각하는 고백이  리본을 달 만한 일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하시나요?    귀찮은 제 질문들이 행여나 선생님의 안경을 뿌옇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급해지는 건 시계가 아니라 시계를 찬 사람들임을    선생님, 꽁꽁 언 마카롱을 녹일 만한  그런 따옴표를 줍고 싶습니다만  홀로 집에 가는 그 길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설령 비가 오는 날이더라도  끝끝내 모르는 척 해 주십시오 일기예보가 틀려도  살아 낼 수 있는 십 분이 제게도 생긴다면  부디 목례하며 지나칠 수 있는 밤의 세계에서  안녕히, 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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