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영화야, 라는 건 사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작품을 보는 내내 치요코가 아닌 다치바나 겐야를 생각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스스로가 좋았던 치요코보다, 치요코를 사랑했던 겐야가 더 행복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싶다. 사랑의 실체에 마주할 때에야 그게 진짜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제목을 그냥 읽고서는 천년여우 라길래 천년을 산 구미호를 생각했지만 여기서 여우는 여배우다. 그리고 곤 사토시는 북해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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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 별것도 아닌 일로 별것의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이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인생을 즐길 수 있으며, 빛을 잃지 않으면 누구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사연이 없는 인생이 없듯 조연으로 끝나는 인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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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건 누구나 공평하게 받는 유일한 벌이다. 그 시간 속에서 변치 않을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인생을 잘 살았다는 방증이다. 하나 둘 나이를 먹으며 변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음악 취향부터 음식, 적성, 이상형, 그리고 신념에 이르기까지. 변치않을 것을 꼭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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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일본이 싫었다. 내 자신의 선택보다는 일본을 싫어하라고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그걸 부추겼던 것 같다. 국사와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그런 생각은 더 커졌다. 하지만 나이를 하나 둘 먹으며 왜색이라고 얕잡아 볼 것들 이상으로 감탄이 나올 것들을 찾아내었다. 우라사와 나오키, 마쓰시타 고노스케, 무라카미 하루키나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곤 사토시 까지. 잘못은 잘못으로 싫어하고 일본을 싫어하면 안되는건데 아직까진 그게 쉽지 않다. 박열의 옆엔 후미코와 후세 다츠지가 있었다. 일본 자체내에서도 우익을 비판하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까지 '일본인'이라고 뭉뚱그려 욕할 필요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