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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아가는 마술사에 관한 진짜 마법 이야기" .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꿈을 너무 강조해서 싫었다. 유치원부터 장래희망을 적어내도록 했고, 꿈을 가지라고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강조했다. 월드컵에서조차 사람들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표어를 열심히 흔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꿈, 꿈 거리는게 너무 싫었다. 꿈을 가지라는 것조차도 국가의 시민 통제시스템의 일부가 아닐까, 목적지향성을 강조하는 근대화의 부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강하게 지배했다. 꿈이 없는 사회라면 어떻단 말인가? 꿈을 가지지 않고 소시민으로 살면 어떻단 말인가? 내가 꿈을 꾼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이 사회의 꿈과는 단절된 것으로서 존재했으면 싶었다. . 반면에 요즘 드는 생각은 전혀 방향이 다르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에 꿈이 설자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원래는 세속적인 사람들만 그런줄 알았다. 그들만 성공을 위해서 달리거나 자기 보신을 위해서 사는줄 알았다. 그들만 다들 자기소개서나 입사원서에만 대단한 포부와 비전을 제시하는척 하다가도 실제로는 신경도 안쓰는 작태를 보이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온 나라가 다들 그렇게 산다. 온 나라가 다들 돈에 매달리고, 온 사람들이 모두 먹고사니즘에 매달린다. 월급을 얼마나 받고, 그것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지며, 조금 더 잘난 사람과 매칭되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가 지상과제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들을 비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힘들게 살아갈 뿐이니까. 각자에게는 각자의 시각이 있는거니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꿈이라는 걸 꾼다는 것 자체가 사치니까. 게다가 모두가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점차 그렇게 바뀌었을 뿐이다. 꿈이라는 걸 따라가는 삶도 너무 힘드니까.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온갖 힘듦에 치이다보면, 삶의 안락함이나 나아가서는 돈, 권력, 명예에 비해서 꿈이라는 게 이 사회에서 너무나도 힘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낙담에 마주하기도 하니까. . 그래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 너무 없다. 인간의 행동양식은 한 사회의 구성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서 강하게 영향 받는다. 한 사회의 대다수를 어떤 사람들이 이루어가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분위기가 바뀐다. 그러니 이곳은 꿈꾸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사회다. 꿈을 꾸는 과정에서 돈과 안락함이 없어진다는 것은 한바탕 사치의 댓가로 견딜 수 있다고 하자. 꿈이 성취되기가 너무나 어려워서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넘어지는 것, 라라랜드에서도 나타나는 그 힘듦은 감수한다고 하자. 그러나 사람 속에서 살아가야 되는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꿈을 꾸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큰 원죄로 다가온다. 꿈은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취급 받고, 가치 있는 것으로도 취급받지 않는다. 그게 꿈을 꾸는 사람이 마주하는 가장 커다란 절망이다. 이렇게 둘러싸인 후에는, 꿈이 있는 사람은 그 꿈을 점차 상실해간다. 그 꿈이 '옳은 꿈'인지 끊임없이 자타에 의해 판결받는다.  . 누군가는 오만하게 묻는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 아니냐고. 그 정도 위기로 꿈을 지탱하지 못하게 된다면 너는 그 꿈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삶을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겐 최소한의 기본적인 가치들이 필요하다. 꿈꾸는 사람들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꿈꾸는 사람들도 가끔은 객관적으로 좋은 삶을 사는 순간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그 가치들이 '필요 없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자는 꿈 꾸는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인다. 그렇게 꿈꾸는 사람은 모두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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