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1995년, 한강은 25살의 나이에 첫 소설집을 내었다. 소설을 읽을 줄 몰랐던 난 그녀의 장편들을 1년 내내 힘겹게 읽어냄으로써 언어를 새로 배우는 느낌을 받았고 그로부터 생긴 이상한 용기가 지금 소설을 쓰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20대의 한강이 만들어낸 세계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과 슬픔의 평행세계 속에서 변모되는 형태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이들이 모인 이 책은 마치 커다란 장편 같이 느껴진다. 한손으로 들 수 있는 이 책에 무거운 삶들이 들어있다는 것이 무서우면서도 경이롭다. 용기를 계속 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