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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와도 자연의 섭리대로 빛이 회복되리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의 개기일식 설명 장면은 시작하자마자 감탄할만한 충격을 준다.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의 회전을 고스란히 따라 맴도는 카메라워크로 유려하게 담아낸 롱테이크는 설명 하나 없이 남자의 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시퀀스 하나로 시각화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놀라운 신의 피조물인 거대한 고래를 상징으로 다시 표현된다. 신의 존재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존재 그 자체로의 실존. . 그러나 그 고래는 썩어서 무너지고 있는 형체에 불과하고, 어둠 속에 외면받는 인간들에게 신의 존재는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 분노와 광기에 물든 그들에게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선동하는 또 다른 신의 일그러진 피조물은 말 그대로의 악마처럼 파괴의 폭동을 불러일으킨다. 어둠은 곧 빛으로 회복되리라는 믿음을 향한 참담한 부정. . 그 속에 광기 어린 폭동의 어둠을 느리지만 집요하게 응시하는 카메라는 곧 신을 향한 믿음으로 굳건했던 남자의 시선과 동일시된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참혹함을 향한 시선이 끝내 완성되어질때 남자의 믿음은 결국 산산조각난다. 초월한 존재를 향한 믿음이 붕괴될때 현실은 그에게는 지옥이 된다. 그러니 환상을 심어서라도 외면해야 되는 미친 자가 되어야 한다. 믿음의 부재로 인한 세계를 향한 외면. . 그리고 다시 바라봐지는, 믿기지 않도록 경이로운 신의 피조물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죽어버린 고래의 눈은 아직까지 때가 아니라는듯 바라보겠다는 신의 의지인가 아니면 헛된 믿음을 향한 존재로의 허상인가. 벨라 타르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길게 또 길게 바라만 본다. 그러나 그 시선의 끝에, 어둠 속에 삼켜져 파괴되어버린 세계의 폐허 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경이로운 피조물의 허상만이 남을 때, 빛으로의 회복, 구원으로의 회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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