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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정화

7 years ago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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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pring Night

Series ・ 2019

Avg 3.7

더글라스 서크가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완성하던 1950년대도 아니고 약 반년 뒤면 2020년이 될 판국에 안판석pd의 멜로드라마는 두 연인을 억압하고 방해하는 사회적 편견의 존재에 너무도 의존한다. 아이를 혼자 기르고 있는 미혼부에 대한 멸시와 연민, 자녀의 '성공적인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강박, 직장인 여성에게 이혼이 안겨다줄 크나큰 타격과 따라올 불행 등이 매 화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드라마 속 한국의 풍속화가 나에겐 다소 생경하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염두에 두고 자기반영적인 비판과 성찰의 흔적이 깃들어있지 않아서 이것이야말로 현실이고 리얼리티라는 목소리로 고리타분한 가치관을 해체하기보다는 더욱 완고하게 기존의 불쾌한 체제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와 비교해 과연 사회적 명분이 일방적으로 혹은 수직적으로 개인의 모든 행동과 신념을 제한할 수 있는가? 생각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지도를 펼쳐 들고 자기 생각을 따라 발자국을 찍어오지 않았던가? 이제 일상의 불꽃과 긴장감은 상층 단계로부터의 구조적인 억압보다는 동일 선상에서 극렬하게 나누어진 각자 이념 간의 거리와 깊이에서 더욱 빈번하게 등장한다. 부모님의 결혼하라는 잔소리보다 결혼에 대한 연인 간의 확고한 의견 차이라던가, 당당하지 못한 아이의 존재보다는 그 아이의 현실적 육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가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소 큰 위력과 정당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별것도 아닌 장애물을 가지고 사랑스러운 두 남녀 주인공이 애절하게 가지 말아요, 오지 말아요, 안 놓아주니 어쩌니 대사를 치고 있는 걸 보니 붕괴해가고 있는 일률적 체제는 이 드라마의 러닝타임 동안 더욱 단단해지고 주인공들은 에너지가 부족한 무력한 인물처럼 보인다. 여하튼 우리에게 진정한 고뇌를 안겨다주는 건 저 정도의 장애물이 아닌 듯하다, 이제는. 그럼 우리는 현재 어떤 지점과 범주에서 생의 피로를 느끼고 있을까? 그러한 지점에 대한 동시대적인 자각만이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ps. 나이 든 사람들도 계속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야말로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아주 가끔씩 나이가 많은 영화감독이나 드라마피디는 우리 세대에 대해 완전히 잘못 짚는다. 우리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바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