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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설경을 한 입에 삼킨 듯한 웅장한 풍경만큼은 황홀스러운 지경이지만 원작에 미치지 못하는 허접한 각색이 발목을 잡는다. 스토리는 분명 흥미롭고 영화 자체를 이끄는 힘이 있는 듯 하지만 눈에 잘 읽히지 않아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하는 느낌이 내내 들었고 탄탄한 스토리는 수박 겉 핥기 식, 알고 보면 속이 텅 비었을 뿐이다. 1. 이기적인 자 곁에 있는 건 결국 이기적인 자 이익을 위해 책임져야 하는 것을 버리는 이기적인 사람.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삶을 포기하는 이기적인 사람. 그들 밑에서 자라나던 한 소년에게 더 이상의 보살핌은 없기에 그가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한다는 아이러니함. 이기심은 인간의 본능이며 어떻게 그것을 자제하느냐에 따라 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 2. 지나친 상징성 살인이 일어나는 곳엔 빠지지 않는 스노우맨. 사실상 이는 딱히 별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원작을 토대로 억지 끼워맞추기식의 상징성만을 추구한다. 그렇게 된다면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가 그 행위에 대한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인데, 그렇다기엔 그가 갖고 있는 살인의 욕망은 턱없이 빈약하고 그것에 대한 동기 또한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영화의 명장면 🎥] -"난 중독자야.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앞서 나오는 불륜·약물·성욕·살인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욕망을 주인공 해리 홀레(마이클 패스벤더)가 아예 금기시하는 것은 아니다. 왠지 삶을 포기한 노숙자 같아 보이면서도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종결될 때까지 집중의 끈을 놓지 않고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계기가 뚜렷하지 못했지만. 결론은 추적하는 자, 저지르는 자, 심지어 피해자마저도 같은 욕망을 꿈꾸는 '인간'이라는 것. 확실히 흥행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재미. 엄청 재밌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몰입하면서 봤다. 영화가 지니고 있는 힘은 다소 약하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기에 감독의 연출이 조금 자극적이었던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 특히 마이클 패스벤더님. 사실 당신 때문에 본 거예요. 우리 모두 같은 '인간'이지만 서로가 품고 있는 욕망의 크기란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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