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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으며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체칠리아 만지니 감독의 유작이다. 영화는 1965~66년 사이 만지니 감독이 남편인 리노 델 프라와 함께 영화를 찍기 위해 배트남을 찾았던 시기의 사진이 남긴 두 개의 상자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두 개의 상자에는 베트남전 당시의 사진들이 들어있다. 전쟁 속에서 생활을 유지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 일상생활 속에 섞여 있는 총, 박격포, 고사포 등의 전쟁 이미지들, 그리고 체칠리아 만지니의 기억들. 체칠리아 만지니는 공동연출을 맡은 파올로 피자넬리의 도움을 받아, 노쇠하여 기억을 잃어가고 있던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게 한다. 영화의 공개 이후 있었던 인터뷰에서, 체칠리아 만지니는 “나는 서서히 기억을 잃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제게 어떤 기억을 상기시키곤 하지요. 나는 이 두 개의 상자를 기억 못 했어요. 상자를 열고, 사진을 고르면서 내가 이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던 것들이 다시 내게 돌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은 시간을 재발견하게 하고, 공간을 복구하고, 감각을 회복해서, 모든 것을 소생시키기 때문입니다.”라고 영화의 주제를 말한다. 사진, 그리고 사진으로 인해 존재할 수 있게 된 영화라는 매체의 핵심적인 본질인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해, 노장 감독은 마지막까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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