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코미디 장르다 보니 히치콕스럽다고 하기도 그렇고, 히치콕스럽지 않다고 하기도 애매하게 느껴진다. 유머러스한 대사, 과장된 상황과 표정, 몸짓, 슬랩스틱 등을 활용하는데, 시간 속에 낡아버린 건지,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건지 다소 아쉽기만 하다(특히 많은 대사량처럼 대사가 제법 중요한 코미디 같은데 솔직히 농담 포인트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몇몇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연극이 원작이라는데, 확실히 무대 상연에 적합한 상황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면 클로즈업 숏으로 이어가는 대화처럼 영화로의 번안에 신경 쓴 느낌이 든다. 예컨대 파티 시간보다 조금 일찍 두 번째 여성을 찾아 갔을 때, 스윗랜드는 1층에서 기다리고 여성은 2층에서 분주하게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 입는다. 만약 연극이라면 나눠진 두 공간을 활용해 관객의 시선을 분산하며 동시 상연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영화는 대신 교차 편집을 통해 동시적으로 만들어낸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기본적인 문법일 테지만, 원작이 연극이란 얘기를 들으니 괜히 흥미롭게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그 여성이 다른 남자의 옷을 바느질 하는 장면.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며 바느질을 하는 통에 보는 이가 괜시리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바늘에 찔리는 듯한데 그 순간 갑자기 울리는 현관 벨을 인서트 한다. 편집의 속도 덕에 무성 영화임에도 마치 갑작스레 소리가 들려온 듯 흠칫케 된다. 혹시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의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여성의 과장된 리액션도 한몫하지만, 서로 연결되는 숏의 적확한 리듬만으로 청각적 제약을 벗어나는 것처럼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13 likes0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