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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민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이 녹아든 반박불가한 여성서사 드라마. 생생한 캐릭터와 가난에 대한 사려깊은 대사들과 상황은 소설로 쓰여졌어도 충분할 만큼의 깊이감이었다. 소설이었으면 교과서에 실려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과 비교되지 않았을까. 가엾은 향미를 어떡하면 좋지. 사실상 동백이는 여타 캔디형 여주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소심하고 움츠러 들어있는 동백이를 하마에 비유하고 그가 어떻게 성장하며 기지개를 켜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다른 여타 드라마들과 맥을 달리 한다.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지 않아도 남들 보다 잘난 여성이 아니어도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귀하디 귀한 것임을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동백이의 삶을 통해 천천히 설득시킨다. 향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자신을 향한 위협에 도망가는 대신 자신의 터전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 동백이와 그런 동백이를 보호하는데 자처한 옹벤져스의 모습은 따뜻한 공동체의 이상향이자 이 드라마가 지향하고자 한 여성서사로 마무리 지은 지점이다. (☞ 이 부분에서 이수정 교수님 우셨다고 ㅋㅋㅋㅋ ) 이수정교수님의 말마따라 죽음의 위협을 겪는 동백이가 사람들 속에 숨어들어가지 않고 원래의 삶을 유지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기에 동백이의 이런 선택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보통의 사람들의 선의로 동백이는 엄마를 구하지만 이는 동백이가 모래같은 터전에서 모진 풍파를 다 견뎠기 때문에 얻은 기적이자 포상이었다. 따라서 동백이를 구한 것은 용식이가 아니라 동백이다. 용식이는 동백이의 조력자였을 뿐이다. 많은 남성서사에서 여성은 남주의 조력자로서의 위치에 놓이듯 여성서사에서 남주는 여주의 조력자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남주의 조력을 구원이라고 여자들 스스로 상향시켜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사람을 도우며 살아간다. 동백이는 아마 오십프로의 확률을 이기고 아프지도 않고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랑을 듬뿍 받으며 더 이상 움츠러 들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임작가 특유의 사람들을 향한 선의로 점철된 극이 너무 오랜만에 만난 단비처럼 반갑고 더없이 좋았다. 물론 고운이도 필구도 동백이 성을 따라 '오씨'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ㅡㅡㅡㅡ 수정전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감수성을 가진 공효진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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