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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여자 김지영.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힌다. 20세기를 살았고, 21세기를 사는 모든 김지영들이 느꼈을 왠지 모를 화남과 분노의 출처를 화면을 통해 마주하게 됐을 때 다들 어떤 기분이었을까. 원작을 각색하면서 여성연대의 많은 목소리가 사라져 아쉬웠다. 김지영이 살아온 과거를 함축하다 보니 엄마가 된 여성만을 집중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조남주 작가의 의도가 지워진 건 아니다. 원작에 없던 타칭 '가정적인 남성' 대현의 시각과 표정, 말투는 '이런 남성'도 있다는 게 아니라 다른 남편들과 달리 아내를 생각하지만 여성이 잃는 것들을 곱씹을 수 없고 기득권 구조를 부술 생각이 없는 방관자이며 가해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내가 힘이 드니 엄마에게 아들을 낳아 며느리를 한 명 더 쓰자는 말과, 자식을 낳지 않는 아내에게 문제를 찾는 친인척들에게 반문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보다 보편적인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가장 쉽고 여성이 모든 것을 잃는 길을 택한다. 이로써 가장 다정한 내 편인 가정스러운 남편은 성차별적 구조를 자연스럽고 더 견고하게 만든다. 극 중에서 가장 우대받고 성차별적 대립 구조를 형성하는 건 남자 동기도, 남편도 아닌 김지영 씨의 동생인 지석인데 사회에 나가기 앞서 태어남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계급이 나뉘고 그 구조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분위기는 사회로 나아가 고착화된 성역할을 만들어 낸다. 내가 애정 하는 캐릭터인 김은실 팀장, 차승연 씨, 김은영 씨 그리고, 김지영 씨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릴 수 밖에 없었던 그 많은 세월들이 영화에서 잘 나타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흔한 여성 김지영 씨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울림이 되었을 것이다. + 덧붙여 말하자면 인사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직원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81%, 유리한 성별으로는 74.2%가 남성이라고 응답했다. 평균적으로 신입사원 10명 중 2명만이 여성사원으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밀려났다. 또한, 자녀를 둔 미취업 여성의 86.4%가 자녀를 맡길 곳이 없다거나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로 취업을 못하고 있다. 여성에게만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경력 단절 된 여성은 대게 두가지로 나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거나, 육아와 가사일을 하며 여전히 경력이 단절된 채 삶을 살아간다. 여성들은 노인이 되어서 미소지니적 사회의 숨겨진 면모를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경력이 단절 되어 버린 탓에 연금을 적게 받게 되고 가난에 허덕거린다는 것이다. 60대 인구 성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에 반해 국민연급수급자는 여성이 41.6%, 남성이 58.4%로 남성이 16.8% 더 많다. 이는 여성의 삶의 질이 남성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남성들이 82년생 김지영은 허구이며, 소설이라고 얘기하지만 통계적으로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기반한 소설이다. 이 통계는 그저 성범죄, 가사 노동 시간 등 다른 요소를 제외한 오직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지 못 하는 이유만을 나타낸 것일 뿐이다. 많은 여성들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동안에도 성범죄를 비롯한 타자화, 성적 대상화, 프레임 등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 - - - - 여자들이 공감한다는데 왜 남자들이 나서서 분노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린 씨가 책 한 권 읽었다고 했더니 분개하면서 사진을 찢고 불 태웠던 일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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