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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작 '할로윈'의 롭 좀비 리메이크의 가장 두드러진 새로운 점은 바로 마이클 마이어스의 과거에 대한 묘사다. 순수 악 마이클 마이어스가 아니라, 괴력 넘치는 화이트 트래쉬 버전 노먼 베이츠로 마이클 마이어스를 그리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관점인 동시에, '할로윈'의 속편들이 갖다 붙인 설정들보다는 합리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로윈'이 더욱 깊어진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살인 행각에 이유만 길게 부여하고, 2편의 가족 관계를 통해 좀 더 개인적인 스릴러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마이어스를 너무 인간으로 묘사하며, "그림자 속의 악마"라는 거의 초자연적인 느낌의 마이클 마이어스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존 카펜터는 피를 별로 안 흘리고도 상당히 무서운 순간들을 연출했지만, 롭 좀비는 잔인한 슬래셔 고어라는 다소 뻔하고 흔한 도구를 통해 캐릭터와 연출로 자아내지 못한 공포감을 보완하려고 한다. 동시에 로리 스트로드의 캐릭터도 매력없게 느껴진다. 마이클 마이어스의 여동생이라는 설정은 그에게 추격의 이유는 부여해도 살인의 이유를 주기엔 좀 애매하다. 뿐만 아니라, 원작의 순진하지만 용사같은 면모로 마이클 마이어스에 저항한 로리 스트로드는 없어지고, 힘 없이 쫓기기만 하며 비명만 지르는 나약한 로리 스트로드로 대체되며, 빌런과 히로인의 대립 구도도 많이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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