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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나탈리아 가라샬데와 그의 가족이 8mm 캠코더로 촬영한 홈비디오 푸티지들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1995년 아르헨티나 리오테르세르 군수품 공장이 폭발하여 도시가 초토화되고, 7명의 사망자와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당시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품이다. 재난과 국가폭력이 겹치는 영역에 놓인 사건을 사적인 기록과 기억을 통해 접근한다는 점에서 김응수가 만든 두 편의 세월호 영화나 주현숙의 <당신의 사월>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홈비디오라는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지난달 콜리그를 통해 공개된 나의 글 [기억의 조건(들)](https://colleague.co.kr/forum/view/483428)에서 이야기한 국내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홈비디오 푸티지를 활용한 방법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파편>은 이러한 내용적 형식과 매체적 형식의 화학작용이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드러난 사례다. 감독과 그의 가족이 겪은 사적인 기록들은 재난의 상황과 국가폭력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소위 '사적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영화들이 액티비즘이나 더 큰 사회를 논의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이라는 단어가 그 작품들의 함의를 폄훼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는 의심이다. 다시금 <파편>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영화는 홈비디오의 재편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매체를 주요한 방법론으로 채택하였으나, 그것은 처음부터 액티비즘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김응수의 <오, 사랑>이 사건 자체와 관련 없어 보이는 이의 내레이션과 동선을 통해 사건 자체에 다가가는 역동을 담아낸다면, <파편>은 처음부터 사건의 중심부에 위치한 인물이 기록해낸 것이 근본적으로 지닌 역동 자체에 대한 것이다. 특히 사건 당시를 직접 촬영한 장면에선 동일본 대지진이나 작년 베이루트에서 있었던 폭발사고 당시 개인들이 SNS에 공유한 영상들을 연상시킨다.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기록, 증거, 기억으로서 존재하는 영상들은, 사적인 매체와 채널을 통해 생성된 것이지만 동시에 근본적으로 그것을 초과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파편>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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