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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kin too few는 너무 얇은 피부, 의역하자면 낯이 두껍지 않다는 의미다. 요절한 음악가들에 대해 찾아보다가 닉 드레이크를 알게 되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포크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관심이 간 건 그의 생애와 죽음에 관한 일화 덕분이었다. 대학 수업 빠지고 마약하고 하루종일 음악듣고 기타치고. 60년대 예술인간의 전....형....이었지만 지미 헨드릭스나 짐 모리슨처럼 활달한 무대 체질은 아니었다. 관객석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공연한 적도 있다고 했다. 공연에서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앨범판매율도 저조했고, 그건 실패로 보였다. 닉은 우울증을 앓게 된다. 닉의 앨범을 전체재생으로 걸어놓고 들었다. 시 읽을 때 듣기 좋았다. 저녁 즈음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영국의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닉의 음악이 깔린다. 해가 저무는 시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연두빛 들판. 비 오는 밤 창밖의 솔잎에 맺힌 빗방울. 닉이 집에 있을 때 창문 너머로 보았을 법한 풍경이었다. 그 풍경을 오래 응시하는 태도는 닉의 음악과 잘 어울렸고, 닉이 봐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건 닉 가족들의 인터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닉이 왜 그렇게 집을 떠나고 싶어했는지, 가족들은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닉의 애인이나. 런던에서 혹은 케임브리지에서 닉을 알았던 사람들이나.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있었으면 했는데. 닉은 살아있을 때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는 않았으니까 그럴 수 없었겠지.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이들은 그 적은 수의 사람들 가운데 촬영 동의를 한 사람들일 것이다. 닉의 누나인 가브리엘 드레이크의 인터뷰도 좋았다. 닉은 항우울제를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은 다음, 좋아, 이제 어떻게 되는지 보자. 죽든지 살든지 변화가 생기겠지. 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사실이든 아니든, 그에게는 분명 그런 의지가 있었을 것 같다. 닉의 집은 중산층이었고, 어렸을 땐 버마에 살았다. 아시아인 하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 시기에 살았던 아시아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가 음악에 재능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들은 아시아인이고 닉처럼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닉이 어린 시절 음악에 대한 재능을 키우고 이후 음악 활동에 집중하고 죽은 뒤에도 이만큼이나 알려져서 한국인인 나도 그의 음악을 듣게 된 건 그가 영국 중산층인 이유가 크다. 닉이 훌륭한 아티스트인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불편했다. 닉 드레이크의 음악은 들을 때마다 위로가 된다. 죽기 몇 년 전부터는 생활을 잘 영위하지 못 했다고 한다. 나는 그가 자기의 모든 걸 음악에 쏟아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천재이고, 자기 작품에 대해 성실했다. 왜 타인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잠시 세계에 왔다가 잘 어울리지 못하고 떠나는지 궁금하다. 왜 슬플 때 시가 잘 써지는지, 건강하지 않은 부분은 예술가의 필요조건인지. 오히려 그 사람들은 너무 건강해서 건강하지 않은 세계를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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