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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동구리

1 day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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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de Strum Mute

Movies ・ 2026

Avg 2.8

개봉 소식을 듣고 깜짝놀랐다. 박세영의 신작이 영화제 없이 개봉하는 것도 신기한데, 우즈(조승연)이 주연이고 저스틴 민과 정회린이 출연한다니, 어딘가 세계관이 충돌하는 느낌이랄까. 마침 오늘 발매 예정인 우즈의 첫 정규앨범 [Archive. 1]의 60분짜리 뮤직비디오 같기도, 혹은 뮤직비디오로 출발했지만 영화의 꼴을 갖추게 된 어떤 영상 같기도 하다. 기타 수리점을 운영하며 가수의 꿈을 꾸는 우진과 시은 남매 앞에 홍남기라는 정체불명의 부랑자가 부셔진 기타를 고쳐달라며 나타나고, 우진이 간단하게만 수리한 기타를 튕기자 곧장 아이돌 락스타가 된다. 남기는 기타에는 서른 몇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고, 우진은 저주받은 기타와의 동행을 이어가기 위해 부품들을 찾아 다닌다. 영화는 우즈의 실제 캐릭터성, 여러 아이돌 그룹과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솔로 데뷔한 이후 락발라드 스타일의 곡으로 마침내 히트를 기록한 서사와 케이팝/힙합/락을 그때그때 오가는 음악 등을 그대로 끌어온다. 박세영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고 이러한 방식의 협업에서 자주 보이는 특징이기도 한, 별다른 개연성 없이 감각적 이미지와 인물의 욕망으로 추동되는 정동을 그대로 이미지화하는 방식은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의 기획에 아주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비좁은 기타 가게를 억지스러운 광각으로 한껏 늘어뜨려 우진의 권태감을 담아내는 중국산 가성비 초광각 렌즈, 100년이 넘은 렌즈의 녹과 곰팡이가 개입된 이미지, 츠카모토 신야의 <철남>이나 야마구치 유다이의 <미트볼 머신> 같은 일본 고어영화에서 따온 듯한 차갑고 질척이며 끈적한 질감의 쇠와 점액질들, 희뿌연 질감의 공연장과 과도하게 생생한 현장감의 경매장...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우즈라는 톱 아이돌의 컴백에 맞춰 제작된 기획상품이고, 영화 중간중간 박세영의 전작들에서 봤던 상황이나 대사가 재활용(이르테면 기타가 할아버지 것이라 말하는 우진의 대사는 <캐쉬백>의 우표 장면에서 거의 그대로 등장했다)되기도 한다. 다만 무성의한 콘서트 실황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2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와중에, 러닝타임이 60분이라고 일반 티켓보다 저렴하게 개봉한 이 영화의 선택들이 훨씬 흥미롭고 훌륭하지 않은가? 독자적인 영화로써 홀로 서있는 영화라 말할 순 없지만, 무성의하고 천편일률적인 아이돌의 극장용 콘텐츠 중 손에 꼽을 만한 즐거움으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