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계기가 되어준 이를 새로운 신처럼 여긴 소년을 좌절시킨 것은 피오나의 (책임감에 따른) 의도된 무심함이라고 본다. 특별한 존재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대하기 시작할 때 마음 속에서 죽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애덤으로 상징되는 무언가를 잃은 우리 어른들이 가여워 무척 참담했다. / 너무도 중했던 병, 너무도 강했던 죽음의 결심, 너무도 넘쳐났던 매력과 생명력, 침대 위에 사방으로 흩어진 시를 쓴 종이들. 법정에서 피오나는 자신의 지위가 부여해준 권한과 위엄으로 애덤에게 죽음 대신 앞으로 펼쳐질 모든 삶과 사랑을 제안했다. 신앙 없이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열려 있고 아름답고 또 두려웠을까. -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