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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오로지 혼자만의 생활이 편한 주인공에 대한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게 된 이 영화는 1인 가구 시대 정신의 맥을 짚으며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웃, 직장 동료, 그리고 심지어 가족에게도 무심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사람이다. 철저히 1인 생활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사실 극단적이거나 낯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혼자 자취를 하며 직장에서 일을 하고 혼밥하고 돌아와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 같기도 했으며, 내 주변의 여러 지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주연배우인 공승연은 절제됐으며 무심한 연기를 시종일관 보여주지만, 맨날 똑같은 표정을 보이는 듯한 모습 속에서도 사소한 말투와 눈빛의 변화를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캐릭터의 이야기를 펼치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거기에 정다은, 김해나, 서현우 등의 조연들을 통해 영화는 이 주인공에게 흥미로운 시험들을 계속 던져주며 서서히 심리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상처를 준다. 그 상처는 악의가 담긴 사람의 폭력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이별과 실수 같은 인간관계의 불가피한 요소들에서 비롯되는 것도 많다. 요즘 한국 사회는 어쩌면 이런 인간관계의 부정적인 면들을 많이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는 이제는 비즈니스, 즉 돈벌이의 일환으로 접하는 재화일 뿐이며,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성들은 스크린을 통해 정제되고 꾸며진 상태로 접하는 것이 더 간편해진 시대다. 영화는 주인공을 통해 1인 가구가 많은 현대 사회의 공간적, 심리적, 관계적 고립을 그 맥락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관계는 유튜브나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비록 혼자의 생활이 자연스러워진 사회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모두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원한다. 그런 관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죽은 사람, 다시 말해 유령과도 같은 존재가 되며, 마치 한이 맺혀 이승을 못 떠나는 혼처럼 산 자들의 곁에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는 식으로 영화는 연출하기도 한다. 영화는 관계의 그림자 뿐만 아니라 빛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우리 시대에서 개인과 사회가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주변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각본과 연출을 한 홍성은 감독은 캐릭터와 씬마다 관객이 그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며, 상당히 섬세하면서도 꽉 찬 이야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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