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4 years ago

생존자
Avg 4.1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는 홀로코스트 속에서 생존한 이들의 짧은 글을 마치 인터뷰하듯 단락으로 모아서 풀어가는 책입니다. 홀로코스트라는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는 책, 영화 등이 정말 많았지만 그 생존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점은 저한테는 어쩌면 신선하게도, 충격적으로도 다가왔습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낱낱이 그리면서 그 참혹함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과 영화를 읽고 보면서 이제는 정말 많은 것을 봤구나 싶었다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굉장한 충격을 가져다 준 책입니다. 특히나 <사울의 아들> 같은 영화가 떠오르는데, 그 작품은 영화만이 할 수 있을 것에 탁월한 성과가 있었다면 이 책은 책만이 할 수 있을 것에 탁월한 성과가 있다는 점에서도 같이 놓고 볼 수 있습니다. 앞뒤로 붙어있는 말부터 시작해서 중간중간 들어가는 작가의 수많은 생각들이 그냥 그 자체로만 봐도 굉장히 훌륭하고 심지어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학적인 부분도 많아서 두께가 좀 얇은 책임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데, 삶과 죽음을 다루는 작품에 있어서 생의 박동을 얘기하는 찬가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의 비참함만이 남은 것도 아닌, 정말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깊이감으로 가득한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