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Coven’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시즌에선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또한 페미니즘 못지않게 ‘인종차별’을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킨다. 오히려 성별보다는 인종 문제에서 더 갈등 양상을 띄는데, 구조적 약자의 입장에 서있다는 점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종차별주의자로 등장하는 ‘라로리 부인’이라는 캐릭터는 말 그대로 과거에서 현재로 소환된 캐릭터다. 평범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등장시키지 않고 과거의 인물을 현대로 끌어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는 페미니즘의 역사에 대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라로리 부인이 살았던 1800년대 중반은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 시작된 시기다. 이것이 1세대 페미니즘으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1920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여성의 참정권 합법화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오점은 있다. 흑인 남성들이 참정권을 얻었을 당시 1세대 페미니스트들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었던 것이다. 다른 여성 캐릭터들 역시 세대별 페미니즘을 대변한다. 피오나는 2세대 페미니즘의 대표적 인물이다. 1960년부터 1980년대까지를 2세대 페미니즘으로 지칭하는데, 이 시기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사회 활동 양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또한 페미니즘이 가장 이슈화되고 격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2세대엔 ‘차별타파’와 ‘평등’이 주요 쟁점이었는데 이를 반영하듯 피오나라는 캐릭터는 인종차별주의자를 혐오한다. 또한 래디컬 페미니즘의 등장으로 갈등이 심화되었으며, ‘남성 vs 여성’, ‘자유 vs 통제’, ‘페미니즘 vs another 페미니즘’이라는 구도적인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피오나 역시 부두교, 마녀 의회, 남성 세력과 극단적인 갈등 구도를 조성하고,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격한 면모를 보여준다. 2세대 페미니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결과가 바로 현재, 3세대 페미니즘이다. 3세대 페미니즘의 가장 큰 특징은 ‘다원화’다. 이를 반영하듯 Coven에선 3세대 페미니스트를 한 캐릭터로 제한하지 않고 젊은 여성부터 노년의 여성, 흑인, 장애인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3세대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개념 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에반 피터스가 연기하는 ‘카일’이라는 캐릭터는 엄마의 성적학대 하에서 자란 남성 캐릭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성범죄의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에 국한되어 있다. 아호스에선 이런 사회풍토를 뒤엎으며 3세대 페미니즘을 반영한다. Coven에선 페미니즘과 인종차별 이외에도 기독교적 코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원죄’에 관한 코드가 두드러지는데, 코딜리아를 제외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른다. 그 결과 누군가에게 똑같이 살해당하거나 지옥으로 보내지는 등, 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 또한 마녀학교의 학생들은 자신이 차기 순혈마녀라고 주장하며 시험에 응시하지만, 결국 아무런 죄를 짓지 않은 코딜리아가 차기 순혈마녀로 임명된다. 코딜리아는 위기에 처한 마녀족을 구하기 위해 직접 자신의 눈을 찌르는데, 이는 예수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활’에 대한 코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미스티’라는 인물은 부활을 직접적으로 행하는 인물로, 미스티를 포함한 죽음을 경험한 인물들은 미스티에 의해 다시 부활한다. 단, 미스티 본인과 메디슨은 부활 후 다시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 역시 원죄에 대한 심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코딜리아가 일곱 가지 기적을 행사한 후 다시 시력을 회복하는 것도 부활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기독교’일까. 이는 미국의 건국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대륙이 발견되었을 당시, 천주교가 국교로 지정되면서 개신교 신자들은 핍박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자 신대륙으로 이주했다. 이후 청교도들이 계속 이주하면서 기독교는 미국의 모태가 되었다. 그러나 1세대 페미니스트들이 그랬듯 이들 역시 죄악을 저지른다. 바로 흑인을 노예로 매매한 것이다. 이는 훗날 미국 사회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한다. (Coven에서도 ‘노예 제도’를 언급하며 기독교와 인종차별의 연관성을 확실히 못박아둔다.) 결국 Coven은 페미니즘으로 하여금 미국 내의 인권 문제를 성찰하고, 자신들의 줄기인 기독교를 통해 스스로를 심판하고 있는 셈이다.
75 likes1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