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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정환

6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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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kiki Brothers

Movies ・ 2001

Avg 3.7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가 벌거벗은 채로 홀로 남겨진 자신을 마주했을 때 그토록 오늘을 꿈꿨던 어린 날을 떠올린다. 꿈에 미쳤었던 내가 바라던 모습이 겨우 이거냐며 행복의 유무를 물어보지만, 어차피 우리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사람들 아니었나. 대체 아직까지 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물을 때까지 견뎌내며 나는 과연 행복한가에 관한 질문은 그때가서 답하겠다. . . 퀸이나 비틀즈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저 삼류 밴드가 되는 것도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나도 그런 꿈이 있었지..하면서 옛 생각에 잠길 때가 온다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일까 혹은 그렇게 무언가에 그토록 열정적이었고 미쳐있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진 걸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내 꿈에 대한 전망을 생각한다. 나는 그 꿈을 이뤄서 성공하는 거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 길은 힘들지 않는지, 미래에도 유망한 직업은 맞냐고 묻는다. 어차피 이 대화에는, 주고 받는 말들이 의미가 없다. 꿈에 미쳐있는 나는 이미 귀가 막혀있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건네는 진심 어린 충고 역시 그런 말을 해도 내게는 전혀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꿈을 갖기만 했는데도 벌써부터 두렵다. 이것도 김칫국 마시는 걸까. 굳세어라 나의 마음은 한 방향만을 바라보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흔드는 주변의 말들을 듣자니 슬슬 스스로에게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적성이 맞는 건가. 이걸로 먹고 살 수나 있을까. 이렇게 나아갈 때 또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혹시 막다른 길이라면 다른 길은 있으려나. 나는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이 살아왔는데. 그들이 나를 걱정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들도 나처럼 꿈이 있었잖아. 꿈. 잡히지도 않을 것 같은 그 꿈. 꿈은 말 그대로 꿈이고 깨어나면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그 꿈. 나는 지금 이 꿈을 꾸는 것이 너무도 행복한데, 왜 다들 어려서 뭘 모르는 것처럼 나를 쳐다볼까. 꿈을 꾸는 내가 멍청한 건가. 이루기도 전에 깨어나라고 말하는 잡음들은 나중에 불행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얼른 정신 차리라는 알람인건가. 시작도 안 했는데 끝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해서 당장에 일리 있는 변명이라도 생각해내야만 했다. 굉장히 어려 보이고 또 한심해 보이게. 평생 한 노래만 부르고 사는 사람과 시작부터 끝까지 기타를 놓치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 술과 함께 녹슬어가는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행복한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나 순수하고 행복했던 어린 날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던 사람은 여전히 불행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사람을 향해 시샘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너는 지금 행복하니.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사실 그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린 날에 꿈꾸었던 미래의 내 모습이 벌거벗은 상태로 기타 하나만을 들고서 노래하는 모습이었나 하며 그 시절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을 후회하고 있는가. 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버티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꿈을 얘기할 때부터 사람들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듯이 말한다. 우리를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볼 때도 있다. 꿈을 꾸는 우리는 멍청한 것도 아니고, 꿈을 포기해 발길을 돌린 그대들도 겁쟁이가 아니다. 다만, 꿈을 꾸는 우리는 지금 내가 열광하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도 좋아서 단지 그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꿈을 포기한 사람은 지금 당장의 순간보다는 어느새 내일이 두려워졌기 때문이겠지라며 내일을 생각하기도 싫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아보려 한다. 이 말은 꿈을 꾸는 우리에게는 내일은 없다기보단,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고 꿈을 꾸고 있는 이 순간에 스며들고 싶은 바램이 더 클 뿐이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불행하면 어떡할래. 네가 비틀즈는 개뿔, 출장 밴드로도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그때도 좋아하려고? 시대가 점점 바뀌어가는데 유행에 한참을 뒤처진 밴드로 얼마나 버티겠다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가만 보니 이러나저러나 말들 많은 우리들의 풍경도 참으로 불행해 보인다. 그들도 모두 꿈을 품고 자랐던 청춘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바라던 꿈이 겨우 이거였냐며 행복의 유무를 묻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그런 사람들 아니었나. 그냥 제발하고 싶은 거 하게 내버려 두라. 그래 망해봐야 정신 차리겠지. 그때 가선 늦을 거야.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은 걸. 나는 지금 뭐가 옳은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어차피 나중에 가서 후회할 거면, 하고 싶은 건 끝까지 해보고 후회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인생 왜 이러지 눈물이 흐르고, 곁에는 남은 사람 아무도 없어도, 이제는 모든 것이 지겹고, 나한테 남은 건 꿈밖에 없다는 말조차 처량해지는 순간까지. 이제는 더 이상 버틸 것도 없을 때, 만일 이 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를 하게 된다면, 잠시 포기했던 꿈을 뒤늦게라도 다시 시작한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겠다. 대체 아직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뭐야.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아까워서. 여전히 내 가슴이 뛰어서. 행복해서. 지금 내가 바라는 꿈은 돈도 아니고 성공도 아닌, 끝까지 계속해서 버텨온 그날에 이 질문을 듣는 것.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행복하냐는 그날의 질문에 대한 답을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 이 영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녹슬더라도 아마 여전히 멋진 영화가 될 것 같다. 스스로 가진 꿈에 대해 미친 청춘과 그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영원히 가득 찰 테니. 그때가 되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두려움에 잠시 깜깜했던 내 눈에서 그래도 결말을 보고선 조금은 행복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걸 보니, 나는 아직 꿈에 미쳐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