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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성

현 성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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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hale

Movies ・ 2022

Avg 3.6

“내가 역겹나요?” 찰리는 영화에서 수없이 묻는다. 아마 영화에 등장한 그 누구보다도 찰리를 역겨워 한 것은 바로 자신일 것이다. 전 애인은 자신과의 사랑을 선택했기에 신에게서 버림받아 죽었고, 그를 곁에 두기 위해 아내 메리와 겨우 8살에 불과했던 딸 엘리를 버렸다. 심리적 트라우마로 인해 272kg에 육박하게 된 몸은 시각적으로 한층 역겨움을 더한다. 그럼에도 그가 죽음을 앞두고 진심 어린 눈망울로 딸에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며 떠오르는 연민의 감정을 억누르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력한 연민을 걷어내니 그가 목청껏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지독히도 역겨운 말을 내뱉고 있음을 깨달았다. “I need to know that she's gonna have a decent life where she cares about people and that she's gonna be okay.” 그는 딸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망가지지 않았고 한없이 예쁘며 완벽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녀의 삶이 앞으로도 행복할 것임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물론 그가 죽음을 앞둔 아버지로서 딸을 사랑하기에,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이기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I need to know that I have done one thing right with my life!” 그러나 뒤따라 오는 대사를 보면 찰리의 비대한 몸뚱이에 엘리를 향한 마음은 자리할 곳이 없는 듯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선택과 과오로 인한 주변 인물 모두가 고통받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의 이 혼돈이 자신이 야기한 것은 아니라고. 그것도 자신에게 버림받은 어린 딸 엘리에게서 말이다. 딸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장면에서 난 참을 수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혹자는 본능적으로 당연히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너무도 잔인한 시선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동의하기에 마음이 아렸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죽을힘을 다해 딸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아버지를 보고 흐르는 눈물을 부정하고 닦아내는 내가 역겨웠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본 기분이다. 찰리의 진심은 어땠을까. 혹여나 내가 오해한 건 아닐까. 찰리에게 묻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역겹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