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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아닌 시대의 공기를 담은 영화. . (스포일러) 무엇을 기대했느냐에 따라 호오가 엇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레토는 항간에 알려진 소문과는 다르게 빅토르최의 전기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레토가 진정 관심 있어 하는 건 빅토르최라는 인물이 아닌 억압적인 사회에 투쟁한 당대의 분위기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빅토르최의 공연이 아닌 엄격한 공연장의 규제와 이에 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이들과 관객을 하나의 쇼트에 담아내며 자유를 갈망하는 민중과 자유를 받아드릴 준비가 덜 된 체제가 공존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여름을 뜻하는 레토를 영화의 제목으로 내건 것으로 보아 영화 레토는 인물의 업적이나 내면을 탐구하는 영화라기보다는 뜨거웠던 그 여름날에 바치는 아련한 송가에 가깝다. . 무엇보다도 영화에는 시대에 대한 감독 본인의 노스탤지어가 곳곳에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하나의 문구. 바로 열정적인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연출 뒤 이어지는 "없었던 일임."이라는 문구다. 굳이 없었던 일이라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연출된 가상의 상황임을 아는 에피소드에 영화는 구태여 극중 상황이 허구의 상황임을 힘주어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정된 상황의 끝에서 피어나는 것은 실존했던 것만 같은 그날의 정서들이다. 그렇게 영화는 없었던 일들을 재현하며 있었던 감정들을 불러옴과 동시에 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영화의 말미에서, 극중 스크린 속으로 뛰어들며 해변으로 이동하는 청년의 모습은 스크린을 통해 당대의 그리운 공기를 다시 한 번 호흡해 보기를 염원했던 감독 본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 -씨네큐브 특별전에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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