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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건대 내가 본받고자 했던 리더십의 표상들은 대부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고 바뀌곤 했다. 대충 생각나는 이름들을 적어본다면 세종, 이순신, 처칠, 링컨, 나폴레옹 등등의 인물들이 '닮고 싶은 훌륭한 리더십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의 나는 '여성주의'라는 단어와 이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였으나 이 인물들을 공부하면 할수록 거부감이 들었고 의문점이 생각나서 쉽게 다른 사람을 찾고자 책을 뒤적였다. 이들이 대표하는 리더십은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었지만 대략 세 가지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 남성이라는 점. 둘째, 남성이 일으킨 전쟁에서 승리한 남성 영웅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이 서구 중심 사회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이 기준들은 마치 '아시아'의 '여성'인 나에게 '너의 롤모델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너는 내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여성 리더의 모델들을 향해 다시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의 업적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차치하고, 역사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규모는 남성 리더만큼 많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적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여성 리더라고 호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또다시 의구심이 들었다. 그들의 역할은 두 가지였다. 남성을 보조하거나 혹은 독종이라는 말로 격하되거나. 만약 그때 이 여성들이 남성들의 문법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인식했다면 기꺼이 리더십의 모델로 고려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여성 리더의 부재라고 생각하여 오랫동안 '훌륭한 리더십'을 정의할 수 없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최근 일주일 동안 리더십과 여성 리더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리즈 위더스푼의 빛나는 여성들"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다 보고나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여성 리더는 또 다른 여성이 계속해서 꿈을 가져도 된다는 격려를 의미했고, 여성과 여성 간의 연대를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이들이 보여준 리더십은 '서로의 정체성이 다름을 인지하고, 정체성을 교차하고 사유하며 서로를 지지하는 힘'에 근거하고 있었다. 이 리더십은 앞서 언급한 리더십과는 전혀 다르다. 남성 모델이 전유하는 리더십이 남성성에 기초하여 강인함만을 내포한다면 여성 리더들이 표현한 리더십은 지금까지 여성성으로 대표되었던 세심함과 같은 형용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성 리더의 리더십으로 개인을 빛나게 하고 있다. 단언컨대 나는 이 리더십이 사회가 젠더 이분법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 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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