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민

Revue Starlight
Avg 4.1
이쿠하라 쿠니히코와 <소녀혁명 우테나>의 정통 후계자의 탄생. . <소녀 가극 레뷰 스타라이트>는 동명의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8년에 방영한 TVA이다. 장르는 뮤지컬, 액션, 학원, 백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감독 후루카와 토모히로는 <돌아가는 펭귄드럼> 참여와 <유리쿠마 아라시> 부감독 경력을 살려 이 작품을 이쿠하라 쿠니히코, 특히 <소녀 혁명 우테나> 스타일로 풀어낸다. 이쿠니의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겠으나, 거기서 그쳤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 이 작품은 이쿠하라와 <우테나>의 스타일을 차용하되 기존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주제와 이야기를 펼치기 위한 무대로 삼았다. 또한 그렇기에 비로소 <우테나>의 후계자라 불릴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 가장 먼저 칭찬하고 싶은 것은 놀라운 캐릭터 활용이다. 나는 애니를 볼 때 캐릭터와 캐릭터 활용을 아주 중요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내가 봐온 모든 작품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의 성취를 보여주어 내 안의 훌륭한 캐릭터 활용을 보여준 역대 애니메이션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입성했다. 이 작품은 12화의 짧은 분량 안에서 10명 가까이 되는 많은 캐릭터에게 생동감과 각자의 서사를 부여하고 성공적으로 다뤄낸다. 각 캐릭터를 조명하는 에피소드의 짜임새가 상당히 훌륭하고 좋은 연출로 포인트를 살려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 또 이 작품은 뮤지컬이란 소재와 장르를 애니메이션적으로 훌륭하게 재해석했다. 비주얼적으로는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관객을 매료하고, 음악적으로도 극중곡이나 배경음악 자체와 그것을 활용하는 타이밍도 정말 훌륭하다. 특히 오프닝 영상과 음악이 너무 좋아서 2번 정주행 하는 동안 거의 건너뛰지 않았고 음악은 플레이리스트에 담아서 지금도 계속 듣고 있다. . 나는 학부 동아리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다. 촬영해 놓으면 계속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공연하는 순간에만 존재하고 바로 사라져버린다. 몇달을 치열하게 연습한 게 단 몇시간만에 끝나버린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그 순간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연이 소중한 것이 되었으며, 우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무대 위의 조명에 목마름을 느끼며 다음 공연 준비에 꾀어들곤 했다. . '극'을 위해 살아가는 무대 소녀들의 이야기인 이 작품을 보며 연극 동아리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무대와 공연이라는 핵심 소재와 캐릭터를 이용해 전달하는 주제는 더욱 묵직하게 내 가슴을 울렸다. . 이 작품이 게임 등을 앞세운 미디어 믹스 기획의 한 갈래로서 나온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의 성취들이 가능하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사실 이런 기획에서는 애니메이션은 주제 없이 적당히 모에팔이용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편한 데다 확실한 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감독과 제작진은 '작품'을 만들기로 했고, 성공했다. . 후속작으로 극장판이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것 같은데 만약 한국에서 개봉해준다면 꼭 보고 싶다. 이 작품을 다른 사람들, 특히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팬들에게 강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