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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멈추고 문득 아래를 내려다본다. 난간에 기대서 저 아래 차를 수리하는 정비공들을 보며 시답잖은 잡담을 나눈다. 영화는 떠도는 인물들의 시점 쇼트를 자주 활용하는데, 이러한 인물들의 시선은 건조한 응시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공감하기엔 그 감정의 깊이가 얕아 보이지만, 그냥 무시하기엔 흥미가 생기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잠깐의 마주침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 틈에서 피어나는 낯설고 불편한 기운들은 응큼하게 인물들의 주변을 맴돈다. 티가 날 듯 말 듯 하게 말이다. . 저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연과 도시를 오간다. 어쩌면 자연은 답답한 관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인가. 스쳐가는 사람들은 친구일 수도, 이방인일 수도 있다. 친밀함과 생경함 그 어딘가를 머금은 현대인들의 텁텁한 인간관계가 드러난다. 레이의 엄마는 데이비드와 대학 동창인데, 각자의 강의실은 달랐는데 같은 층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서로를 친구처럼 대한다. 레이는 처음 만난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앨리스는 레이를 가볍게 여긴다. 만남은 늘 설렘과 긴장을 동반한다. 영화는 그 순간 피어나는 미묘한 균열을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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