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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걸스'는 삼례여중 축구부의 기적 실화에 대한 스포츠 드라마 영화다. '땐뽀걸스'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소재 때문에 나름대로의 기대는 가지며 순수한 꿈과 패기가 만들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는 내용적으로는 클리셰투성이었고, 기술적으로는 처참했다. 단 13명의 선수만으로 전국 대회를 이긴 지방 학교의 실화와 선수들과 감독의 투혼은 분명 실제로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이야기는 오글거리는 유머 씬들과 이상한데서 찾는 과한 감동 포인트들과 억지스러운 선악구도까지 첨가하며 실화의 의미를 많이 퇴색시킨 것다. 실제 사건을 영화를 위해 조금 과장시키고 변형시킬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 실화가 의미하는 바는 순수하게 유지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자 축구 선수들과 지도자들과 낙후된 환경에서 꿈을 좇는 자들에 대한 주제 의식은 있지만, 이를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개하지 않는다. 영화는 캐릭터들을 연결성 없는 가족 드라마만으로 풀어내기만 한다. 정웅인을 제외한 대부분 배우들이 눈물 연기만 할 줄 알고 기본기가 전혀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으니 모든 유머와 감동과 인간관계에 진실성이 없게 느껴진다. 영화도 그걸 인지하고 있는 오글거리고 시끄럽기만 한 음악 연출에도 많이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있으니 영화를 보며 이 영화가 추모하는 김수철 감독의 가치관과 신념과 자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전혀 없이 모든 것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다. 스포츠 드라마에는 아무래도 스포츠 부분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인기에 비해 축구 같은 팀 스포츠는 오프 더 볼 플레이와 전략과 구도 같은 것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화하기 힘든 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골 장면 정도만 보여주고 관중 환호로 컷하는 맥 빠지는 연출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경기의 흐름이나 역동성이나 기승전결 없이, 거의 결과만으로 묘사됐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이런 것을 한국의 저예산 영화에서 크게 기대하는 것은 분명 과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기술력을 갖춰야하지 않겠나.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음향은 고르지 못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으며, 편집은 어색한 점들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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