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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디지털이 대세인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아날로그 문화의 잔재인 LP 레코드판, 책, 노트와 필기도구,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조만간 잊혀질 물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거기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틈새 시장이긴 하지만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는 시장이 있고 심지어 매년 성장하기까지 한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아날로그가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내가 정리해본 주요 세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originality이다.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는 역사성과 스토리이다. 무한 복사가 가능한 디지털에는 없는 가치이다. 유명인이 소장했던 LP판과 MP3 파일 중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둘째, ‘오감만족’이다. 아무리 화려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라도 책이 줄 수 있는 종이의 질감, 오래된 책의 냄새, 손에 전달되는 무게감 등의 경험은 전달할 수 없다. 이는 시각과 청각에 제한된 콘텐츠와는 다른 풍부한 경험을 선물한다. 셋째, 유한성이다. 어쩌면 역설적일 수 있는 논리겠지만 매우 설득력 있다고 생각된다. 디지털 콘텐츠는 사이버 스페이스에 무한정 꼬리를 물고 제공된다. 하지만 책이나 잡지는 한 권을 꼼꼼하게 독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있다. LP판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유한성은 역설적이게도 콘텐츠의 가치를 배가해주며 콘텐츠 소비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준다. 디지털 시대는 풍요롭지만 ‘피로감’이 높은 시대인 듯 하다. 그래서 예전에 우리가 누리던 아날로그 시대의 slow culture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이 분명한 듯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하나가 하나를 극복해아 하는 대상이 아니고 공존해야 하는 파트너로써 자리매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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