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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마르세예즈'에 대한 64가지 단상 1. '자크 베케르' 2. '1789년 7월 14일, 바르세유 궁전' 3. "앞으로 갓!" 장병은 정작 카메라 정면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측면으로 빠져나가버린다. 카메라 정면으로 다가올 수 없는 존재들. 4. 리앙쿠르 공작은 자신이 왔다고 귀메니에게 알리라고 말한다. 쇼트를 나누지 않고 곧바로 공작으로부터 문으로 시선이 향하고,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귀메니가 나와 공작에게 인사한다. 5. 그리고 다시 공작은 귀메니에게 폐하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쇼트는 이번에도 나눠지지 않고 귀메니는 폐하의 방에서 나와 '들어가셔도 됩니다'라는 대답을 전한다. 6. 사냥을 하느라 지친 폐하의 침실. 카메라는 쫓아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드디어 쇼트를 나눈다. 폐하를 맞이하는 르누아르의 짧은 예의. 7. 카메라는 폐하에게 바칠 음식을 가져다주는 시종들에게 한눈 팔지 않고 계속 폐하의 모습을 비춘다. 시종들은 화면안으로 들어왔다 나갈 뿐이다. 8. 바스티유 감옥이 점령 당했다는 공작의 말을 듣고 폐하는 반란이냐고 묻는다. 공작은 '혁명'이라고 정정하고 화면은 어두워진다.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은 '동의'의 의미일까. 9. '1790년 7월 1일 프로방스의 한 마을'로 시간과 공간은 옮겨간다. 10.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누군가가 비둘기를 잡는다. 그는 자신을 추궁하는 듯 본인을 둘러싼 장병들에게 비둘기가 자신의 농작물을 먹었다고 얘기한다. 11. 영화는 거리를 좀 둔채로 '목격자'를 배치시켜놓고 있다. 12. 백작은 사람들을 재판(추궁)하고 있다. 카메라는 그에게 다가서지만 탁자에 의해 더 들어설 수 없다. 마치 폐하의 앞에 놓여있던 음식물들 때문에 카메라가 더 다가서지 못했던 것처럼. 13. 순식간에 백작은 '비둘기를 잡은 일'과 '폐하를 위해 일하는 것'을 갖다 붙힌다. 14. '비둘기'는 '치안'을 상징한다고 백작은 얘기한다. "비둘기를 죽이게 놔두면 곧 이곳의 성도 불태울거요." 15. '봉건제'와 '하늘이 내린 타고난 질서'를 이야기하는 동안 목격자는 농민의 밧줄을 풀어주고 있다. 언제나 일은 그렇게 진행되는 법이다. 16. '손과 손'만을 찍었을 뿐인데도 '연대'를 짐작케 한다. 17. 바깥에서 일어나는 항거의 모습이 점점 창문에 가까워질수록 마치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하나의 틀에 갇혀진다. 들어갔다 나오는 것. 영화감독들의 끊임없는 밀당. 18. 도망치는 농민은 자연으로 들어간다. 19. 농민은 또 찌르레기 잡을 생각을 한다. 20. "당신은 진짜 사냥꾼 같군." 농민은 칭찬(?)을 듣는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폐하와 농민 둘다 사냥꾼이다. 21. '어느 시골 사제의 식량' 22. 평민들은 피부색과 육신을 물려주고 귀족들은 모든 재능을 물려준다는 이야기. 23. '서민이 분별력 있다면 애를 낳지 않을거야'라는 건 요즘만의 깨달음은 아니지. 24. 어떤 깨달음이 있거나 무엇인가를 전달받기 전까지 화면은 어두워지지 않는다. 25. '1790년 10월, 마르세유' 26. "니들 잘나게 보이려고 신분증 쪼가릴 만들었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정말. 27. 위의 말엔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만들어질 순 없는거야."라고 받아친다. 그럴싸하다, 언제나. 28. 아름다운 일출이란 표현은 그때까지 작가가 자고 있었단 이야기가 나온다. (Feat. 오웬의 '오늘') 29. '포도주', '선물'. 어쩌면 다 맞는 얘기지. 30. 포도주를 들였던 같은 문에서 이번엔 제대로 된 선물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31. 결국 장병들과 선물들은 뒤엉킨다. 누가 적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 것. 32. 후작이 그 문을 세번째로 통과한다. 33. 깃발 아래서 그들의 토론이 존재한다. 34. 여유롭게 포커와 요요를 하는 귀족들. 그리고 깔려있는 한 여인의 음성. 35. 유럽인들을 구별짓는 또 하나의 함정, 종교. 36. 물에 빠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시계 정도의 것. 그것이 자존심이라는 무게. 37.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춤을 추는 귀족들. 춤은 그 이전에도 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이 시간대에 이 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웃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38. '1792년 4월, 발랑시엔' 39. 사라진 전쟁의 시간. 하지만 어두움 속에 남아있는 잔여의 감정들. 40. 마치 원을 두르고 안과 밖의 세계가 나뉘듯이, 두 장병과 어둠 속의 세계는 별개의 것이다. 어둠에 있는 것은 두 장병에게 영향을 주나 그렇다고 직접적인 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놓고서 갈길을 서둘러 가버리는 바깥 어둠 속 군인처럼. 41. '로베스피에르' 잊혀진 이름은 아니지만 사라진 이름. 42. 혁명을 외치는 자리는 귀족들이 유희를 즐기던 자리와의 공통점이 있다. '춤'과 '노래'가 지배하게 된 공간이라는 것. 다만 차이점은 한쪽은 '댄스'였고, 한쪽은 '무도'였다는 것, 그리고 노래의 성격이 달랐다는 점일 것이다. 43. 왜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고 싶다는 것이 배신이 되는 걸까. 44. 빚이 있어서 지원이 힘들다던 그는 어머니에게서 해결책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창문'만 열어놓고 밖을 바라보던 그는 창밖의 세계로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는 떠나간 아들의 음성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을 닫으라'고 말한다. 이제 창문은 닫히고 보미에는 어머니의 품을 완전히 떠났다. 45. '그 노래' 46. '씩씩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과 그들을 찍어나가는 롱테이크. 47. 화면엔 어머니 혹은 그들을 기다릴 사람들만 고정되어있고 혁명군은 끊임없이 앞으로 움직인다. 48. 원 안에 있던 사람과의 재회. 49. '포도' 50. 아흐노의 생각을 훔쳐내는 보미에. 51. 광장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 카메라는 혁명군을 기다려주고 있다. 르누아르는 반기는 사람인 것이다. 52. 어느쪽이건 '목매달자'가 밈이군. 53. 귀족들의 방해로 혁명군의 연회는 엉망이 되고 때마침 '비'가 내린다. 54. 이제 카메라는 혁명군의 뒷모습을 찍는다. 그리고 혁명군이 바라보고 있는 '그 곳'을 카메라도 함께 응시하고 있다. 55. '멸망'을 모르는 폐하. 56. 이번엔 루이 16세가 움직이고 군인들은 고정되어있다. 루이 16세는 이제 어디로 떠나는가. 57. 반기를 드는 궁전 내부의 장병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왕비는 창문으로 그 장면을 보며 눈물 짓는다. 그리고 뒤돌아 섰을때 그 창문은 닫힌다. 이제 루이 16세의 운명은, 보미에의 운명처럼 누군가의 손을 떠났다. 58. 궁전 안에 카메라가 고정된채 궁전의 주인들은 화면 바깥으로 사라진다. (앙투아네트는 가장 마지막으로 뒤돌아선다) 59. 이번엔 왕족의 '행진'. 그리고 떨어진 '낙엽'과 '그들'. 낙엽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일찍 찾아왔다. 60. '공격'과 '방어' 하지만 사실상 하나의 움직임. 그리고 '강'에 합류하는 수비대. 61. 카메라를 향해 쏘아지는 사격. 62. 후퇴의 모션과 다시금 이어지는 행진의 쇼트. 그 사이에 놓여있는 보미에의 죽음. 그리고 총탄의 음성이 그 사이의 경계에 자리잡는다. 세상의 충돌과 죽음의 이유가 경계선이 된다. 63. "오늘 우릴 프러시아군이 쓸어버린다고 해도 우리가 알려준 것은 사라지지 않아." 64. 영화는 행진으로 끝난다. 계속해서 운동하는 화면. 적어도 당시의 르누아르에게 이 역사는 반복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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