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
5 years ago
3.5

The King of Escape
Movies ・ 2009
Avg 3.5
정말 요상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발가벗은 배불뚝 중노년 남성들이 서로 뒤엉켜 노는 모습을 대체 왜... 섹스가 아름다운 남녀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관능과 낭만을 탈각한 듯 쾌락만 좇으며 동물적으로 전시되는 섹스에 괜히 정액 냄새만 풍기는 듯하다. 그야말로, 이성적인 규범으로부터 달아나는 영화. 넘치는 방종함 탓에 동성애 섹스에 대한 편견만 재생산하는 꼴이 아닌가 하고 심통을 부리고 싶기도 한데, 엄격해봤자 영화가 외려 비웃을 것만 같다. 영화의 이상한 도주를 진심으로 즐기기엔 투 머치한 감각이 퍽 취향은 아니지만, 초반 꿈 시퀀스만큼은 정말 좋았다. 비약적인 시간과 논리, 무의식의 반영, 간결하면서도 별 다른 기교 없이도 빠져들게끔 하는 유려한 리듬부터가 매혹적이다.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을 꿈꾸는, 백마 탄 왕자님이 되고픈, 현실에서의 일탈. 뒤이어 펼쳐지는 아르망의 일탈과 도주의 시작점으로도 더 없이 어울릴 뿐더러 다시금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는 점마저 이야기와 닮아 보인다. 영화가 자랑하는 주된 활력과는 거리가 있는 대목인진 모르나, 오히려 이후 발칙한 활력보다도 더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순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