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내가 <고요의 바다>를 재미없게 본 8가지 이유 ※ 스포일러 있음 ※ 1. 너무 자세한 설명. 대사의 동어 반복이 과하다.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한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이제 시청자는 그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 방사능 수치가 정상인 것과 익사체를 조합했을때 충분히 이상함을 느낄 수 있다. 굳이 배우들을 바꿔가면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는 월수에 대한 송 박사와 홍 닥의 tmi 설명에서 절정을 찍는다. 2. 불친절한 연출. 대사가 친절하다면 연출은 불친절하다. 홍 닥이 갑작스레 송 박사의 단독행동을 도와준 것도 그렇고, 엘레베이터는 왜 갑자기 움직였는지, 또 한 대장은 어떻게 구출됐고, 루나는 왜 그렇게 신체능력이 발달했는지, 한 대장은 마지막에 왜 꼭 희생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자연스런 설명이 없다. 3. 답답한 연출. 가장 불호인 부분이다. 상황이 급박한데 인물은 꼭 뛰다가 멈춰 뒤를 쳐다본다. 한 곳을 지긋이 응시하고 다른 사람과 한참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긴장감이 전혀 유발되지 않는다. 너어어어무 루우우우즈 하다. 5~6화 짜리 분량을 일부러 8화로 늘리기 위해 길게 연출했나 싶을 정도이다. 4. 서스펜스의 부재. 류 대위는 정말 좋은 서스펜스 장치였다. 시청자는 류 대위가 스파이인걸 알고, 나머지 대원들은 모르는 상황. 이 얼마나 쫄깃하고 긴장되는가. 게다가 보통 반전을 터트리고 스파이가 어떻게 미션을 방해했는지, 예를 들어 일부러 엘레베이터를 작동시켰다던지 아님 RX와 내통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당신들은 월수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대사를 통해 유추할 뿐이다. 5. 스스로도 지키지 않는 설정. 장르 영화는 개연성이 부족해도 괜찮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에 동의는 하나, 스스로 부여한 설정을 지키지 않아 깨지는 개연성은 어떡할까.. 분명 생명체가 활동을 멈추면 월수의 증식도 멈춘다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팔이 잘린 시체 즉 활동을 멈춘 생명체와 결합한 월수임에도 불구하고 무한으로 증식된다. 만약 식물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 식물은 왜 성장을 멈췄는가. 그리고 사람마다 월수의 증식이 본격적으로 발동되는 시차가 있다고 쳐도, 비슷한 시간에 감염된 송 박사와 류 대위의 시차는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나. 후반부의 극적인 등장을 위해 스스로 부여한 설정을 깨뜨리니 몰입감이 깨졌다. ((이와 별개로 가벼운 총상인거 같은데 죽어버리는 공 팀장과, 응급처치 안 하는 홍 닥, 상처 부위에 테이프..를 붙여버리는 한 대장을 보고도 좀 많이 깨졌다.))🙅‍♂️ 6. 재미없는 플래시백. 이렇게 노잼인 플래시백은 처음이다. 모든 실마리가 풀리고 떡밥이 회수되는 과거 이야기인데 말이다. 적어도 송원경이 월수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루나는 왜 송원경의 연구복을 입고 있는지, 월수는 어떻게 유출이 되었는지 등 시청자들이 유추만 하던걸 직접 보여줬어야 한다. 7. 모두가 피해자. 인체실험 연구의 총책임자 송원경은 윗선의 압력, 팀원들을 살인한 류 대위는 강제진압의 트라우마로 면죄부를 쥐어준다. 결국 악을 구조화시켜 맨 위에 있는 최국장만 온전한 악역으로 비춘다. 8. 주제의 모호함. K-드라마의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하는 여러 주제의 혼합이다. 그래서 <고요의 바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오만함? 명령에 질문할 줄 아는 사회? 이기적인 독점이 아닌 이타적인 공유? 다수를 위해 희생되는 소수를 조명? 하고픈 말이 많으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들어오질 않는다. 개인적으로 송 박사는 너무 이상적으로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해서 설득력이 없었다. 공 팀장이 진짜 멋있었다. 혹자는 고리타분하고 융통성이 없다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자신이 믿는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그의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정말 좋은 컨셉과 세계관을 가지고 이 정도 밖에 못 만들어서,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해서 너무나도 아쉽다. 기대작 중 하나였고,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조금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0. 정부의 계획이 월수를 지구로 옮겨와 통제하려는게 아니라, 통제되지않는 월수를 C등급 이하 사람들에게 배급해 죽게 만들어 '인구 감소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은 어땠을까 싶다. 그걸 알게된 송 박사 일행은 이를 저지하려하고, 어차피 B등급으로 승급되어 살아남을텐데 왜 그러냐는 최 국장과 그녀의 스파이와 싸우는 스토리도 재밌었을텐데.. ((그나저나 제목은 왜 고요의 바다일까.))
This comment contains spoilers.
341 likes20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