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가정폭력, 성적정체성장애, 편부가정, 불륜등 일본내에서 다루기 힘든 무거운 주제로 드라마를 다룬 드라마가 나왔다. 작년에 이 드라마가 나왔을 때 한 지인은 일본내에서 매우 보기 힘든 어두운 드라마라고 말했다. 나는 그당시 다른 채널에서 하고 있었던 코믹 계열의 절대그이를 보고 있었고 이 드라마는 가뜩이나 힘들고 지친 생활에서 더욱 음침함을 가중해 보기를 더욱 꺼려했던 참이다. 그렇지만 룸메이트가 우에노 주리의 엄청난 팬이였으므로 어쩔수 없는 성화에 같이 보게 되었으며 노다메 칸타빌레의 이미지가 매우 강했던 우에노 주리의 짧은 숏컷트와 터프한(?) 연기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역인 미치루에 비해 덩치도 작고 더 예뻐보이는 우에노가 성적 정체성을 앓는 여자로 나오는 사실도 매우 신선했다. 게다가 항상 착한 연기 전문이였던 료가 여자를 때리는 가정폭력의 가해자로 나왔던 점도 충격이였고,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헌신적인 우에노 주리의 연기도 점점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요소였다. (물론 에이타의 너무 잘생긴 외모도 한 몫 했겠지만) 드라마는 미치루를 남성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우에노 주리와 역시 미치루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 폭력을 이기지 못하는 남성 료의 갈등구조로 계속 이어간다. 결국 마지막 료가 자살하고(항상 이런식으로 악인의 죄를 사하고 인물을 처리하는 일본적 극 구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미치루가 료의 애를 가지면서 에이타와 우에노가 세인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치루와 함께 부모가 되어 가정을 이룬다라는 설정으로 극을 마감한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가면 서로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 세상에 새로운 가족관을 제시한다라는 늬앙스로 글이 쓰여져 있듯이 감독이 설정한 것도 꼭 드라마에서 의사나 법관 재벌등의 멋진 주인공보다는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일수 있는 어두운 이면의 인간들. 특히, 가장 기본적인 가정에서부터 상처를 보듬어 안고 치유하며 살아가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것이라 본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글이든 조금의 비판적이고 완성도 강한 시선으로 보면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것이 없다는 가정아래 단지 좀 더 시선을 낮추어 내려다보면 드라마는 이제껏 사람들이 금기시해온 여러가지 무거운 주제를 선보이며 가정폭력등의 사회에서 만연하지만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보이며 그 안의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으며 혹은 치유되며 살아가는지 - 성적학대로 인해 게이가 된 에이타와 아동의 불우한 시절로 폭력적이 되어버린 료. 편부슬하에 알콜 중독에 애인을 집에 들이는 돈밖에 모르는 어머니를 가졌지만 따스하고 남을 배려하는 미치루. 훌륭한 부모님과 행복한 가정에서 남 부러울 것이 없지만 성적 정체성 장애로 괴로움을 지니고 있는 우에노 쥬리에서 보는 것처럼. 가정불화 속에 불완전한 인간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꼭 그런 가정에서 폭력적이고 남과 다른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나 제일 처음 가족과 관계를 맺고 그다음 친구, 회사동료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 타인과 다시 가족을 만든다. 우리는 그 안에 서로 상처주고 상처 받으며 치유해주며 위안 받고 살아간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었다. "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 받는다." 라고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내게 그 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실험적인 시도와 배우들의 열연은 매우 좋았고, 료와 미치루, 우에노 주리와의 극적 갈등이 최고로 갈때는 나도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의 해피엔딩을 위해 극이 엉성해졌음을 감안해서는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없음을 유감으로 느낀다.
9 likes0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