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는 포토그래퍼입니다. '사진'이란 외부세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지만 어떻게 보면 찍는 사람이 관심 있는 특정 부분을 강조해서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는 능동적인 관찰자의 시각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의 사진은 대부분 흑백사진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TV의 경우 관찰자는 철저히 수동적입니다. 그저 쇼파에 앉아 누군가 보내주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현상, 예를 들면 차별과 같은 현상에 대해 행동하지 않는 혹은 어린 아이처럼 외면하는 보통 사람들의 상태를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사물을 판단합니다. 그런 주제를 나타내는 듯 영화는 사진과 TV 외에도 여러 색깔에 의미를 담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흑과 백은 물론이고 푸른색과 붉은색도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푸른색은 능동적이고 차별에 반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크리스와 친구 로드의 옷, 초반 로즈의 옷 그리고 안드레의 모자 등이 푸른 색입니다. 붉은색은 피, 죽음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되는데 사슴이 부딪힐 때 비로소 나타나는 로즈의 차 색깔, 로즈 동생의 바지, 파티에 참석한 백인들의 복장(립스틱, 넥타이, 행커칩, 안경, 귀걸이, 옷...), 중후반부 로즈의 옷 등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감독의 의도한 것이겠지만 미국 민주당은 파란색, 트럼프의 공화당은 붉은색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구요. 색깔로 판단하고 정죄할 것인가, TV 앞에 앉아 외면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