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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불편함이 주는 긴장, 끝내는 갈등. 1. 억지스러운 정책은 결국 파탄을 내거나 파탄을 맞는다. 2. 네 명의 여자가 각각 떠안은 부담은 실제로 옆에서 들었거나, 앞에서 보았거나, 혹은 직접 겪은 것들이다. 3. 이 책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식탁은 불편할만큼 거대하고 꺼림칙할만큼 정답다. 구병모의 문장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가독성이 떨어지냐, 하면 나같은 경우에는 성격이 급해 자간을 훑듯이 지나치는 눈의 속도를 조절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친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어, 구병모 작품 맞아?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나, 몽환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환상적인 아가미를 감명깊게 읽은 나로서는 지나칠 정도의 현실을 다룬 이 이야기를 쓴 것이 과연 내가 아는 구병모인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의 반 정도에 이르러 중간중간 날카롭게 훅 들어오는 듯한 문장을 읽었을 때 생각했다. 스스로 겪었던 일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글이겠구나. 프리랜서로서 집에서 일을 하고, 실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출근족들에게 분에 넘치는 부러움을 사게 되는 효내를 보며 내가 동질감을 느꼈던 것처럼 작가도 동질감을 느꼈을까. 어쩌면 모든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려하는 단희도, 치근거리는 이웃집 남자에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를 좋게 넘기려 애쓰는 요진도, 빠듯한 살림에 최대한 넉넉한 삶을 꾸리고 싶어 보기 거북한 발버둥을 치던 교원도 실은 그녀의, 그리고 우리의 조각조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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