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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일본에 애인을 찾으러 갔으나 결국 뼈아픈 이별을 하며 한 카페에서 머물며 그 곳의 주인과 손님들과 인연을 쌓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한 이 영화는 힐링 영화로서의 잔잔함은 있으나, 문제는 잔잔함만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였던 주연 배우 최수영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무난했다. 원톱 주연으로서 영화의 감성을 완전히 캐리하기엔 역부족이었으나, 연기의 기본기는 분명 갖췄다. 그래도 대부분 조연들에 묻히지는 않을 정도로의 무게감은 있었다는 점은 높게 사지만, 배우 수영은 아직 주연보다는 조연급인 것 같다. 조연들은 대체적으로 인상적인 사람은 타나카 슌스케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당한 사랑의 배신과 이를 극복하는 며칠간의 힐링에 초점을 둔다. 나고야의 풍경도 이 분위기에 한몫하지만, 주로 힐링의 근원은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에너지로 다시 주인공이 일어서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여러 조연들이 유쾌한 연기를 한다는 것 외엔 주인공에게 힘이 될 만한 사항은 딱히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문제다. 힐링 영화가 잔잔한 것은 좋은데 잔잔한 것과 아무 것도 안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주인공이 다른 인물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장면은 타나카 슌스케를 제외하면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타나카 슌스케와 최수영이 유의미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설렘을 관객에게 주는 것도 아니다. 영화 중반부터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 목적도 불분명하고 조연들은 완전 생초면이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감정적으로 몰입할만한 곳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시간만 보내는 인물들을 보며 나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왜 이 시간을 주인공과 같이 낭비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무색무취한 영화인데, 이는 작품 자체가 무난하기 보단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핵심은 초반과 극후반에 몰려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과 가운데 1시간 정도 잠을 잔 사람과 감상이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잠 잔 사람은 상쾌하기라도 하지 말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얻어간 것은 감독의 버스커버스커 사랑과 배우 최수영이 적어도 쓸만한 배우는 된다는 것 정도 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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