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컬맨성빈박
5 years ago

태연한 인생
Avg 3.6
나는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환심을 사고 싶어 내 불행을 말한 적 있었다. 그는 별 관심이 없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데,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불행하고 사람들은 불행 언저리에 가 닿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행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불행한 ‘나’를 이해하는 일도 없다. 아무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삶이 내게 배정됐다고 느끼면서 나는 별안간 모든 게 부질없다는 태도였다. 넌 불행을 몰라. 사람의 그늘이 어떤 모양인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야. 그렇게 되뇌었다. 청승이란 단어를 배우고 나서 이게 다 청승이란 걸 알았다. 청승은 곧 자기연민이다. 그리고 위안감을 동반한다. 이렇게 가여운 나니까 좀 못하고 뒤틀려도 괜찮다는 이상한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스스로 연민하는 방식으로 위안을 얻은 거였다. 자기연민에 빠져 낭비한 시간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불행을 일일이 자각하고 사는 것만큼 피곤한 것도 없다. 불행을 불행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배당된 삶의 조건으로 봐야할 거다. 그 조건을 뛰어넘는 불행은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을테니. 태연한인생은 불행가지고 그만좀 청승떨라는 경고다. 청승떨고 싶을 때마다 은희경을 읽는다. 은희경의 위악은 위안이자 훈계다. 불행 없는 삶이 어딨겠냐는 냉소. 원래 삶이 그렇다는 것. 읽을 때마다 청승 떨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