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Choi Eun-Yeong · Novel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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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그 작품으로 다음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다가갔던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 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쇼코의 미소'는 저마다의 날카로운 감식안을 지닌 소설가와 평론가들로부터 공통의 감상을 이끌어냈다. 등단작에 대해 흔히 우리가 걸게 되는 기대 - 기존 작품과 구별되는 낯섦과 전위에 대한 요구 - 로부터 물러나,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 정통적인 방식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 '쇼코의 미소'가 지닌 특별함이 담겨 있다. 최은영은 등단 초기부터, "선천적으로 눈이나 위가 약한 사람이 있듯이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 앞에 겸손히 귀를 열고 싶다고 밝혀왔다. 최은영의 시선이 가닿는 곳 어디에나 사람이 자리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터.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된 최은영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갈 수 있는 정밀한 물매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들을 바로 그 '사람의 자리'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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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쇼코의 미소 ˚ 007 씬짜오, 씬짜오 ˚ 065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095 한지와 영주 ˚ 123 먼 곳에서 온 노래 ˚ 183 미카엘라 ˚ 213 비밀 ˚ 243 해설│서영채 (문학평론가) 순하고 맑은 서사의 힘 ˚ 267 작가의 말 ˚ 291

Description

“소설가로서 최은영의 가장 큰 미덕은 그게 무슨 탐구든 반드시 근사한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녀가 앞으로 쓰게 될 근사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했다.” _김연수(소설가) 2016년 2월, 소설가 김연수의 기획으로 <우리가 처음 듣는 소설의 밤>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한 신인 작가가 어디에서도 공개한 적 없는 단편소설을 그날, 낭독의 형식으로 처음 발표하기로 한 것. 평소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 그가 계속해서 소설을 써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는 김연수의 소개가 끝나고, 곧바로 작가의 낭독이 이어졌다. 그날 공개된 작품의 제목은 「씬짜오, 씬짜오」, 신인 작가의 이름은 최은영이다. 2013년 겨울,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그 작품으로 다음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다가갔던 바로 그 신인 소설가 말이다. 그러나 이 ‘특별한 인상’은, 발표한 작품이라고는 등단작 「쇼코의 미소」 한 편밖에 없는 신인 작가가, 등단한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날카로운 감식안을 지닌 소설가와 평론가들로부터 공통의 감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그 특별함이 있다. 어떤 갑론을박도 없이 모두에게서 동일한 평가를 받는 작품이 탁월한 소설이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등단작에 대해 흔히 우리가 걸게 되는 기대―기존 작품과 구별되는 ‘낯섦’과 ‘전위’에 대한 요구―로부터 물러나,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 정통적인 방식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 「쇼코의 미소」가 지닌 특별함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이누도 잇신 감독의 어떤 영화들처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진실하다’라는 느낌”(문학평론가 신형철)을 준다는 것, 그로부터 “소설이 주는 감동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소설가 임철우)라는 것. 최은영은 등단 초기부터, “선천적으로 눈이나 위가 약한 사람이 있듯이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 앞에 겸손히 귀를 열고 싶다고 밝혀왔다. 최은영의 시선이 가닿는 곳 어디에나 사람이 자리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터.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된 최은영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갈 수 있는 정밀한 물매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들을 바로 그 ‘사람의 자리’로 이끈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정직하게 마주한 최은영의 질문으로도 읽힌다. 지방 소읍의 고등학교 일학년생 소유는 교환학생 자격으로 오게 된 일본인 쇼코와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다고. 실제 어떤 마음 상태로 쇼코가 웃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알 수 없는 이질감 탓에 소유는 쇼코의 미소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낯선 타인과 조우한 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을 터, 핵심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식으로 ‘쇼코의 미소’가 변주되느냐에 있다. 바로 그 방향성에 이번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타인에 대한 최은영의 윤리감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양상이란 이렇다. 마음 한편이 부서져내린 쇼코를 보며 그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기보다는, 소유는 그 미소로부터 “나약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읽어내며 자신이 쇼코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묘한 우월감을 느낀다. 이 정점에 달한 오해를 거쳐 서로에 대한 이해를 향해 소설이 진행되어갈 때, 우리는 산뜻한 뒷맛을 남기며 이야기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게 된다. 어떤 상큼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가 끝나기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쇼코는 그 예의바른 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라는 문장이다. 기나긴 시간을 돌아 간신히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목도하게 되는 이 서늘함. 바로 여기에 타인을 대하는 최은영의 태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타인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타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을 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100퍼센트의 타인으로 마주서 있을 때, 그 순간 이해의 가능성도 열린다는 것을 말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의 ‘기댐’과 ‘기댐 받음’ 그 연쇄로부터 번져나가는 순하고 맑은 힘 그러니 등단작 「쇼코의 미소」 이후 최은영의 관심사가 줄곧 그 100퍼센트의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당연할 터. 유독 소설집 전체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상상하다’라는 동사가 의미심장해지는 지점이다. 베트남전쟁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응웬 아줌마 앞에서 ‘나’와 엄마는 손쉽게 그 마음이 어떨지 이해한다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은 상상할 수조차 어떤 지점에 그녀가 내몰려 있으리라고 짐작하고 그에 대해 상상할 뿐이다.(「씬짜오, 씬짜오」)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케냐 출신의 청년 한지와 만나게 되었을 때, 영주는 그가 털어놓는 가족사에 대해 섣불리 첨언하지 않는다. 수의사 한지가 코뿔소의 마음을 상상하듯, 그의 마음을 상상할 뿐이다.(「한지와 영주」) 마치 ‘상상하는 일’이 우리가 타인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일이라는 듯 말이다. 그리고 이 ‘상상하는 일’이 일방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향해 놓이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작은 기적을 최은영은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첫눈에 그간 얼마나 고생하며 살아왔을지 한눈에 알아본 노인과 중년 여자가 함께 ‘세월호 시위 현장’인 광화문으로 향할 때(「미카엘라」), 고압적인 태도의 고학번 선배들이 있는 술자리에서 소은과 미진 선배가 그 부대낌 사이로 지지를 담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먼 곳에서 온 노래」), 우리는 타인을 상상하며 그 자리로 기꺼이 자신을 옮겨놓는 태도가 지닌 강력한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은영은 「먼 곳에서 온 노래」에서, 소은이 가장 휘청거렸을 때 자신을 잡아준 미진 선배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슨 노래를 부르든 누구의 노래를 부르든 그 노래는 그대로 선배의 노래가 됐다. 말할 때는 허스키하던 목소리가 노래만 부르면 맑고 부드러워졌다. (…) 선배는 호소하지 않았다.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도 건조했고, 뜨거운 노래를 부르면서도 담담했다.” 최은영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를 읽고 나면, 이 문장이 정확하게 최은영의 소설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맑고 투명한 그 목소리로 타박타박 담담하게 이어지는 소설들, 서로에 대한 마음의 ‘기댐’과 ‘기댐 받음’의 연쇄가 갖고 있는 힘을 믿는 소설들. 그리하여 다시 한번 우리를 ‘사람의 자리’로 이끌어가는 소설들. 타인에 대한 윤리감각이 점차 희박해지는 지금, 최은영은 “순하고 맑은” 힘으로 그 감각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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